[배종찬 칼럼] 노벨문학상은 한강...노벨정치상이 있다면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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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노벨문학상은 한강...노벨정치상이 있다면 누구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4.10.14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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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가뭄에 찌든 논바닥에 한 줄기 단비였다. 역사적 쾌거다.

노벨상은 전 인류가 주목하는 이 시대의 현자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화학자이자 사업가 알프레드 노벨이 남긴 유언에 따라 제정되었으며, 알프레드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상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 개발로 막대한 부를 쌓았던 알프레드 노벨의 고해성사다. 자신을 ‘죽음의 상인’으로 표현하는 세간의 비판에 깊이 속죄하는 반성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므로 더욱더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지난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탄 이후 두 번째의 수상이다. 그것도 아시아 여성 작가로 최초의 일이다. ‘한강’의 기적이다.

그렇다면 왜 노벨문학상 선정 위원회는 아시아의 한국 작가를 선택한 것일까. 첫 번째는 ‘문학적 능력’이다. 즉 실력이다. 다른 고려 조건을 떠나 작가 그 자체로서 국적을 떠나, 성별을 떠나, 나이를 떠나 ‘당대 최고의 작가’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서구 문학계에서도 가치가 인정되었으며, 동양적 미학과 보편적 주제를 조화롭게 다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강 작가의 실력을 검증하는 평가 기준은 여러 개 있겠지만 국내 유수의 문학상이란 상은 이미 다 휩쓸었다. 여기에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 중의 하나인 맨부커상 국제부문상을 획득함으로써 언제든지 노벨문학상 수상 명단에 오를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두 번째는 ‘문학의 세계화’가 적중한 것이다. 맨부커상을 거머쥔 ‘채식주의자’ 작품의 경우 번역자와 환상적 호흡으로 한강 작품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기적적인 도태를 마련한 순간이었다. 프랑스에서 메디치상을 수상한 것도 좋은 글에 훌륭한 프랑스어 번역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지난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한강 작가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한강 작가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수상하다’, ‘축하’, ‘진심’, ‘세계적’, ‘기쁘자’, ‘감동’, ‘고통’, ‘기쁨’, ‘사랑’, ‘아픔’, ‘희망’, ‘비극’, ‘국제적’, ‘연약하다’, ‘자랑스럽다’, ‘공감’, ‘기적’, ‘기뻐하다’, ‘좋아하다’, ‘아름다움’, ‘슬픔’, ‘서정적’, ‘충격’, ‘성취’, ‘열풍’, ‘기대’, ‘찬사’, ‘감사하다’, ‘논란’ 등으로 나왔다(그림).

빅데이터 연관어 내용을 보면 거의 대부분 긍정적인 내용으로 나타나거나 아니면 한강 작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표현 등으로 이어지는 매우 긴밀한 내용들이다. 문학이 한강이고 한강이 문학이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장자들을 열거해 보면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노벨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7차례 수여됐고 수상자는 121명이다. 2012년 이후로 매년 예외없이 남녀가 번갈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역대 수상자들의 국적은 프랑스가 16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미국 13명, 영국 12명, 스웨덴 8명, 독일 8명 등 수상자 대부분이 미국, 유럽 국적자였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수상자가 많다는 점은 국력과 언어 영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통계 수치다.

그럼 노벨문학상은 한강 작가인데 노벨정치상은 누구일까. 한강 작가의 작품은 제주 4.3 항쟁 그리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 우리 정치사의 굴곡진 역사를 소년의 눈을 통해 들어다보며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정작 우리 정치권은 아직까지 싸움판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정치 영역에서 더 깊이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결국 미완성으로 남아 작가에게 그 무거운 짐을 지게 한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한국이지만 과연 정치 갈등을 해소하고 더 이상 이념의 분열 획책을 거중 조정하는 정치적 현인의 등장은 가능한 일일까. 경제적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SK 등 굴지의 기업을 일궈낸 국가에서 정치와 관련된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고 한다면 치욕스러운 일이다.

공식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한 한강 작가의 마음을 아버지 한승원 작가가 대신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쯤 되면 노벨정치상도 한강 작가의 차지가 아닐까.

노벨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한강.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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