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8개월만 기준금리 0.25%p 인하 의미는..."경기부양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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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38개월만 기준금리 0.25%p 인하 의미는..."경기부양에 방점"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10.11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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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3.5%→3.25%
올해 경제성장률 하향...2분기는 역성장
9월 가계대출 5.6조 ↑...전월比 절반
정부 "이자 부담 줄여야 소비·투자 개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 기조로 틀었다. 금리인하에 따른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 등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3.5%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2021년 8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완화기조 전환이다. 본격적으로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전에 높은 금리와 물가에 억눌린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은 금리 인하의 주요 근거로는 ▲1%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 침체 ▲주춤하는 가계부채 상승세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등이 꼽힌다.

지난 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화긴축 제1 목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 2%'를 달성하면서 금리 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크지 않은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8월부터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언급했으며, 금통위도 같은 달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좀 더 커졌다"고 선언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도 피벗의 명분이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고금리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비 여력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1분기 대비 마이너스(-)0.2%를 기록하기도 했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민간소비가 0.2%, 설비투자가 1.2%, 건설투자가 1.7% 축소됐다.

정부와 여당은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 등을 줄여줘야 민간 소비·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며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다.

그동안 한은이 우려 했던 가계 부채 증가세는 소폭 둔화하고 있다. 지난 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 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한 730조9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던 8월(9조6259억원)의 58.2% 수준이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과 은행권 자체 규제로 신규 주택담보대출 신청이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 8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금융안정 측면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외환시장의 경계감도 남아있는 만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효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영향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것도 한은의 금리인하 부담을 줄였다. 이미 유럽연합·영국·캐나다 등 주요국들은 미국에 앞서 금리를 내렸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는 1.5%포인트에서 1.75%포인트(한국 3.25%·미국 4.75∼5%)로 벌어졌다.

다만 다음 달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지는 미지수다.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둔화하긴 했지만 섣불리 추가 인하기대를 높이면 부동산경기를 다시 자극해 가계부채가 느는 악순환이 또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기준 91.1%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은은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춰야 우리 경제에 부담이 덜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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