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각] 성급한 대북유화정책, 견제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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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각] 성급한 대북유화정책, 견제하는 미국
  • 김현민
  • 승인 2018.08.0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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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석탄 반입, 개성공단 재개, 종전선언 등에 미국, 날카롭게 반응

 

우리 정부가 북한과 너무 빠르게 관계 개선을 할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의 날카로운 견제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미의 궁극적 목표인 북한 핵 폐기가 요원한데, 우리가 먼저 대북 제제를 풀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하자고 의향을 드러냈다. 게다가 북한산 석탄이 우리 항구에 반입되었다는 유엔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구체적인 조사나 적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미국이 눈을 가늘게 뜨고 한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간간히 드러나는 미국인들의 발언이나 미국 정부의 동태가 그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3일 미국 국무부는 홈페이지에 최근 발표한 '대북 제재 주의보'의 한글 번역본을 올렸다. 미국 국무부가 사이트에 한글을 올리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문을 모를 것 같아 한글 번역본을 올렸다기 보다가 한국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의 북한산 석탄이 한국 항구에서 하역된 것을 겨냥했음이 분명하다.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재개를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가운데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원장은 “개성공단 재가동은 미국 법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이며, 재개할 경우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2일 부임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종전 선언은 너무 빨리 하면 나중에 협상이 실패했을 때 김정은이 혜택을 본다"며 "한번 선언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종전 선언을 서두르는 것을 못마땅하게 본 것이다.

 

▲ 개성공단내 공장 /개성공단협의회 사이트

 

주요 신문들은 사설에서 대북제제를 둘러싼 한미간 갈등을 소재로 다뤘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美 “한국도 제재 준수하라”… ‘개성공단 재개’ 군불 땔 때 아니다“고 했다.

“남북경협은 성의 있는 비핵화 이행에 상응해 주어져야 한다. 북한을 비핵화로 견인할 유일한 수단인 국제제재의 둑이 한국에서부터 구멍 날 수 있다는 신호를 준다면 북한의 오판을 부르고 한미 공조의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정부는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을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민주당 소속인 벤 카딘 상원의원은 “대북 제재에 반하는 거래들이 이뤄지고 있다면 실망스럽다”며 “그 어떤 나라보다 이해관계가 많은 한국도 제재를 준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미 공조가 흔들려 비핵화가 더뎌지면 결과적으로 남북경협도 더 늦어지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도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조선일보는 “부임 첫 간담회에서 '종전 선언' 우려한 美 대사”라는 주제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기자회견을 사설로 다뤘다.

“미국 조야는 대북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 공화·민주당을 떠나 연일 "북에 최대 압박을 가해야 한다" "비핵화 전까지 어떤 제재 완화도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이런 실망감이 이젠 한국까지 번지고 있다. 상원 동아태소위원장은 "한국의 개성공단 재가동은 제재 위반이자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명백한 경고다. 다른 상원의원은 한국에 북한산 석탄이 수입·유통된 것을 "실망스럽다"고 했다. 한국 기업을 미국이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언급한 의원도 있었다. 미 국무부가 지난달 '대북 제재 및 집행 조치 주의보' 가이드북을 발표하면서 중국·러시아·프랑스·스페인어와 함께 한국어 번역본을 낸 사실도 확인됐다. 2월에 발표한 '주의보'는 중국어로만 번역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을 제재 위반 잠재국으로 본다는 얘기다. 모두가 전례 없던 일이다.”

 

전날 문화일보는 “北 석탄 제재 위반 심각한데 개성공단 바람 잡는 文정부”라는 사설에서 “文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을 더 늦출 뿐”이라고 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10월 외국 선박인 스카이 에인절 호와 리치 글로리 호에 의해 반입된 석탄 9000t이 북한산인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고 한다. 관세청은 또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무연탄 9700t을 작년 11월과 올 3월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혐의로 한국전력공사 발전 자회사인 남동발전을 조사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상황과 관련, 대북 제재 위반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 발동론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코리 가드너 동아태 소위원장은 1일 “대북 압박을 철두철미하게 집행해야 한다”면서 “제재 위반 기업은 세컨더리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발동할 경우, 북 석탄 수입에 연루된 국내 업체와 은행은 국제 거래에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남동발전의 제재 위반이 확인될 경우, 모회사인 한전도 미국 내 자산동결, 거래금지 조치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중앙일보도 전날 사설에서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은 숨길수록 덧난다”고 했다.

“석탄은 원산지 꼬리표를 속이기 쉬워 어디서 캔 것인지 정확히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당국이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정보를 건네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건 물론 이후에도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히 청와대에서 사건 조사를 맡았던 관세청 실무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는 주장까지 나와 의혹은 갈수록 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석탄 수입 초기 단계부터 정부가 묵인해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중앙일보 사설은 이어나갔다.

“더 걱정스러운 건 이번 사태에 얽힌 업체·은행 4곳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 중 두 금융기관은 대형 은행으로 알려져 이들의 해외 돈줄이 막히면 국민경제가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문제인 정부의 성급한 대북 유화조치에 대해 미국은 아직 구두로 경고하는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7월 31일 논평에서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광고해대는 남조선 당국의 온당치 못한 행태는 지금 온 겨레의 규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물과 불이 어울릴수 없듯이 제재와 대화가 병행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다.

남북 경제협력은 실제로 우리가 북한을 도와주는 것이다. 자칫 북한에 끌려 다니다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주면서 북한에 경제적으로 퍼주는 결과로 끝날지 걱정된다. 그러다가 미국의 세컨더리보이콧 제제를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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