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최근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방송 채널 HBO의, ‘머니 일렉트릭: 비트코인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덕분이다. 해당 다큐에서는 비트코인을 창시한 뒤 모습을 감춘, 그래서 비트코인이 15년간 유일하게 완벽한 탈중앙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추적한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는 늘 흥미로운 질문이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오히려 그가 왜 비트코인을 남기고 사라졌는가에 있다. 그리고 바로 그의 사라짐 덕분에 비트코인은 지금까지도 진정한 탈중앙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만든 후 사라짐으로 인해, 비트코인은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운영되는 자율적인 네트워크가 되었다.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는 탈중앙화에 있다. 이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고, 개입할 수 없는 분산 시스템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떠난 후, 비트코인은 그를 중심으로 한 권력 구조 없이, 온전히 코드와 기술, 그리고 분산된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와 인센티브 구조에 의존해 운영되어 왔다. 그렇기에 나카모토의 부재는 오히려 비트코인의 장기적인 성공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블록체인 기술의 기본 목표 중 하나는 인간의 개입으로 발생하는 불신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해결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시스템에서는 중앙 권력이나 관리자가 정보와 자산을 통제하고, 그에 따라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코드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누구도 조작할 수 없는 분산 시스템을 통해 모든 참여자가 투명하고 공평한 권한을 가지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일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경우, 비트코인의 이러한 정신과는 상반되는, 상징적인 인물을 내세우며 중앙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프로젝트의 기술이나 비전보다는 그 인물의 말과 행보에 따라 움직이며 설립자의 권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 그 자체로 블록체인의 혁신성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최근 바이낸스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토큰 소유권의 중앙화가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겉으로는 탈중앙과 분산 시스템을 표방하고 있으나 거버넌스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토큰이 특정 개인이나 소수 집단에 집중될 경우, 그것은 사실상 중앙화된 시스템과 다를 바가 없으며, 참여자들에게 공정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는 블록체인의 본질적 가치를 해치는 문제로, 해당 프로젝트가 블록체인 본연의 가치를 유지하며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블록체인은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으며, 이를 잊고 특정 인물에게 집중된 권력 구조로 돌아가는 것은 블록체인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초기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목적은 바로 분산화, 투명성, 그리고 탈중앙화에 기반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간이 주도하는 권력 구조가 아닌, 코드에 의해 운영되는 시스템은 신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부재가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특정 개인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 자체의 자율성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생태계에 이로운 일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블록체인은 더 이상 특정 개인이나 중앙 권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회적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였고 비트코인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것이 중요할 뿐, 우리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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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조차 창시자가 수시로 버전업을 하고 있는걸요
이는 매우 큰 리스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