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각] 영국원전 수주 제동…시험대에 오른 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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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각] 영국원전 수주 제동…시험대에 오른 탈원전
  • 김현민
  • 승인 2018.08.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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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주인이 안 먹는 음식을 손님이 반기겠나”…원전 생태계 붕괴 우려

 

지난해 12월 한국전력이 중국을 제치고 영국 서북부의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도하 언론과 국민들이 마치 산업혁명 발상지인 영국에서 원전을 수주했다고 환호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일뿐, 완전하게 수주한 건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바라카 원전에 이어 영국 원전 건설을 따게 된다면 한국 원전업계로선 세계적 입지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와 산업자원부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손해날 것 같으면 안 한다, 적자가 예상되면 사업을 추진할 근거를 잃게 된다.”는 식의 애매한 말들이 흘러나왔다. “우리가 부실 폭탄을 대신 떠안았다”는 얘기도 집권당 주변에서 나왔다. (2017. 12. 11. 중앙일보 ‘전영기의 시시각각’ “원전 수출 따왔다더니 검찰수사인가” 참조)

아니나 다를까, 영국 원전 수주가 여의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시바가 총사업비 150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영국 원전 프로젝트 사업권을 가진 뉴젠 매각을 관련해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한다고 지난달 25일 통보했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사업방식을 둘러싼 당사자 간 이해의 격차가 컸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정부가 전기료 수준을 낮추려 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으로 참여한 한전과 이견을 보였다고 한다. 겉보기엔 한전과 도시바 간의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의 여파가 아닌가 하는 게 언론들의 지적이다.

 

▲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조감도 /뉴젠

 

2일 신문들은 영국원전 수주에 관한 논평들을 쏟아냈다.

중앙일보는 “제동 걸린 英 원전 수주, 원전강국 명운 걸고 따내라”는 사설을 실었다.  

“문재인정부는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하더라도 해외에는 원전 수출에 공을 들이겠다고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국내에서 외면하는 원전을 외국에서 사가겠느냐고 공격한다. 무어사이드 수주가 무산될 경우 탈원전과 원전 수출이 양립할 수 있다는 구상도 깨질 수밖에 없으니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반드시 따내야 하는 당위성이 크다. 무어사이드 수주에 성공하면 한국 원전이 선진국에 기술을 처음 수출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중앙일보 사설은 “신고리 5·6호기 납품이 끝나는 2021년 이후 국내에서는 더 이상 수요가 없는데 영국 원전 수주마저 무산되면 관련 기업은 설 땅을 잃는다”면서, “원전 강국의 명운을 걸고 영국 원전 수주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와 관련해 "한국의 정권 교체와 신임 한전 사장 임명 등으로 불확실성이 조성됐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지의 보도는 원전을 백안시하는 나라에 선뜻 맡길수 없다는 영국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 할수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22조 원전 영국 수출 무산 위기”라고 했다.

“세상에 자기 나라에선 위험하니까 만들지 말라고 한 물건을 다른 나라에는 팔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비즈니스를 떠나 윤리의 문제다. 한국 정부가 원전을 놓고 하는 일이 딱 그렇다. 탈원전을 정치 오기로 밀어붙이는 정권이 앞으로 비판을 모면하려 영국 원전을 덤핑으로 수주해 '수출했다'고 선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탈원전에 따른 한전의 적자를 연료 세율 인하로 눈가림하려 하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놓고 끝까지 밀고 간다.”

조선일보 사설은 “우리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독자 모델 원전 수출국은 우리와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여섯 나라뿐이다.”며, “부존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5년 정권이 엉터리 이념에 빠져 이걸 포기한다고 한다”고 했다.

 

매일경제도 사설에서 “제동 걸린 英 원전 수주, 원전강국 명운 걸고 따내라”고 했다.

“문재인정부는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하더라도 해외에는 원전 수출에 공을 들이겠다고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국내에서 외면하는 원전을 외국에서 사가겠느냐고 공격한다. 무어사이드 수주가 무산될 경우 탈원전과 원전 수출이 양립할 수 있다는 구상도 깨질 수밖에 없으니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반드시 따내야 하는 당위성이 크다.”

매일경제 사설은 “신고리 5·6호기 납품이 끝나는 2021년 이후 국내에서는 더 이상 수요가 없는데 영국 원전 수주마저 무산되면 관련 기업은 설 땅을 잃는다”면서 “원전 강국의 명운을 걸고 영국 원전 수주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원전 생태계 복원' 시급성 일깨워 준 영국 수주戰”이란 사설에서 영국원전 수주가 무산되면 다른 나라 원전 수주도 어려워질 것을 걱정했다.

“원전업계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내에선 설 자리를 잃었는데, 영국 원전 수주마저 불발하면 고사할 수밖에 없다. 2020년 신고리 5·6호기 완공 이후엔 국내 일감이 사라져, 2025년까지 건설할 영국 원전이 유일한 돌파구였다. 내년 결정될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도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한경사설은 그러면서,

“원전 수주는 국가지도자부터 앞장서 총력전을 펴는 올림픽과 다름없다. 탈원전이란 족쇄를 차고 뛰는 한국 기업들에는 버거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탈원전을 하는 나라가 원전을 적극 수출하겠다는 것부터가 모순이다. 식당주인이 자기도 안 먹는 음식을 내놓는데 반길 손님이 얼마나 되겠나.”

고 했다.

 

문화일보도 논평을 냈다. 문화일보는 “제동 걸린 원전 英 수출…脫원전 리스크부터 걷어내야”는 사설에서 탈원전 정책의 허구를 바로잡을 것을 주장했다.

“원전 4기 건설 무산으로 3만 개 일자리가 날아갔고, 대학에선 원자력 인재들이 탈출하고 있다. 수출마저 막히면 기술·인력 인프라는 더 빠르게 무너질 것이다. 탈원전하면서 수출로 활로를 찾는다는 발상부터가 난센스다. 애초에 잘못 짠 탈원전 정책의 허구와 모순을 바로잡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아직 영국 원전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다. 협상의 여지는 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추가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에 앞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중앙일보는 “탈원전 정책을 공론에 부쳐 국민에게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영국 원전 수주가 실패할 경우, 그 사업의 기회 손실에 그치지 않고, 지난 50년간 키워 온 한국 원전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게 된다는 점에서 국가대계의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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