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2.4조가량 컨센서스 하향
부진한 파운드리, 결단의 시간 온다
'긍정 vs 부정' 엇갈린 반도체 업황 전망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삼성전자를 향한 위기론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위기설의 진원은 한 해외 투자은행(IB)이 펴낸 보고서다.
내년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투작 줄면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과잉 투자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위기설의 불을 지폈다. 여기에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비롯한 차세대 먹거리 사업의 부진과 HBM, AI용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흐름에 빠르게 편승하지 못하는 움직임 등도 위기론의 무게를 더한다.
삼성전자 측은 "언제나 위기였다"고 말하지만, 업계 안팎의 우려와 의심 섞인 시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는 8일로 예정된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이 삼성전자 위기론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달 새 영업익 8조→5조로 '뚝'
올 3분기 삼성전자 실적을 바라보는 시장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규모를 한달 새 평균 2조4000억원 가량 하향 조정했다. '어닝 쇼크'에 준하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한 달 전 13조6606억원에서 최근 11조2313억원으로 낮아졌다.
시장이 전망치가 부정적인 주요 이유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수익성 악화다. 주요 증권사들은 애초 3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8조원대로 봤다가 한달 새 5조원대로 전망을 낮추고 있다. 여기에 흑자 전환을 기대했던 파운드리 사업은 상반기 조단위 적자에 이어 3분기에도 50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성과급 및 노조 관련 일회성 비용이 1조5000억~2조원 가량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더 낮아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분기 DS부문 영업이익 5조원을 전망한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및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견조하지만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과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의 재고가 12~16주로 증가해 메모리 출하량이 감소했다"며 "시스템LSI 실적 개선이 늦어지고 3분기부터 재고평가손실 환입 규모가 크게 줄어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반도체를 제외한 스마트폰과 TV·가전 등의 영업이익도 기존 5조원대에서 4조원대 중후반으로 낮추고 있다. 지난 7월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이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고를 올린데다 부품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모바일 사업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큰손' 애플에 공급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사업이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4분기 실적 전망도 낮아지고 있다. 구형 메모리 수요 부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애초 3분기 내 가능할 것으로 봤던 5세대 HBM(HBM 3E)의 엔비디아 공급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시장 초기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는 경쟁 열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HBM3E에서 성과 확인도 결국 4분기로 지연디면서 가격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되는 시장 초기 구간을 향유하지 못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부진한 신사업, 파운드리 결단의 시간 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7년 5월12일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파운드리를 독립 사업부로 승격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대만의 TSMC와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캐시카우인 메모리 사업부가 경기 사이클을 심하게 탄다는 약점을 극복하고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 활성화를 도모했다. 팀으로 존재했던 파운드리 사업부가 독립하고 메모리 사업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파운드리에 재투자하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급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이제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AI 반도체 활황 속에 TSMC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독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주 성과가 부진한 삼성전자로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전년 대비 20.2%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4.1% 역성장한 충격을 딛고 올해 16.1% 우상향한 데 이어 내년에는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AI 인프라 확장 등이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건 TSMC의 독주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TSMC의 매출 점유율을 66%로 내다봤다. 2018년 50%였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결국 내년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 비(非)TSMC 간의 대결로 요약된다. 트렌스포스는 TSMC를 제외한 업체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1.7%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로선 TSMC의 독과점을 깨기 위해선 기술력을 강화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2022년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를 적용해 3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선보였다. 하지만 애초 목표했던 수율 60% 이상에 여전히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차세대 스마트폰용 칩 '엑시노스 2500'을 제때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직면하면서 신뢰성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겪고 있는 고객사 부족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부진은 파운드리 부문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 4공장의 파운드리 라인을 D램 설비로 전환하는 결정을 했다. 메모리 사황 대응도 중요한 이유지만 파운드리 라인을 증설할 만한 고객사 주문이 없는 탓도 크다. 새로운 파운드리 설비인 미국 테일러 공장도 당초 올해 말 가동이 목표였지만 장비 도입 시점을 2026년 이후로 미룬 것으로 전해진다. 4nm 라인이 있는 평택 3공장은 주문량 감소로 가동률을 낮췄다.
삼성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nm 이하 공정 부문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우선 내년 1분기까지 월 7000장 규모의 2나노 라인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라인에서는 고객사들의 2나노 칩을 생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내년 2분기부터 평택 2공장에 있는 ‘S5’에 1.4나노 라인을 설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내년 2nm 양산에 이어 2027년 1.4nm 양산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기술력 강화를 통해 TSMC와 격차를 줄일 반전 카드로 삼는다는 청사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며 현 시점에서 중요한 건 3nm 공정의 수율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3nm 공정 수율이 높아지지 않으면 향후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엇갈린 반도체 업황 전망
향후 반도체 시장 업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삼성전자 위기설의 트리거가 된 모건스탠리는 AI 서버용 메모리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투자가 줄면서 HBM 수요가 줄고 그 영향으로 메모리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여기에 PC와 스마트폰용 범용 메모리 수요가 생각보다 늘지 않는 점도 이런 전망의 주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맥쿼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 박한 평가를 했다. 최근 보고서에서 맥쿼리는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종전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낮췄다.
반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지난달 27일 마이크론이 월가 전망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게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5일 3분기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 77억5000만 달러(약 10조3000억원)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 76억6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직전 2분기보다 9억3900만 달러 증가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영업이익도 17억45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로 전분기(9억4100만달러)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했다.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이크론과 3분기 실적에서 비슷한 흐름을 보였왔다. 여기에 더해 9월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시장의 우려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 시장이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유지하고, HBM은 내년에 전체 D램 비트 생산량의 10%, 전체 D램 수익의 30%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와 달리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지난달 25일 발간한 연례 글로벌 기술 보고서에서 반도체와 AI 모델 등을 포함해 AI 관련 시장이 매년 40~55%씩 급성장해 2027년에는 시장 규모가 1조달러(약 13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인은 "반도체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AI 칩과 AI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및 노트북에 대한 수요가 20% 이상 증가하면,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망 전반에 걸쳐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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