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확대 영향 제한적…법인세 부담 증가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보험사의 주주환원 촉진을 위해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에 나선다. 당국은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비율을 완화하는 등 개선안을 통해 보험사의 법인세와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개선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종전 회계기준 적용 시와 비슷한 배당 가능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본 건전성 조건을 충족하는 보험사에 한해 해약 환급금 준비금 적립비율을 현행 대비 80%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보험사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지난해 시행된 이후 해약 환급금 준비금 적립액이 급증해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것에 비해 세금 납부액과 주주 배당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 돌려줄 수 있도록 보험사가 미리 쌓아두는 돈이다. 해당 준비금은 배당이 제한되고,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돼 세금 납부가 일정 기간 이연된다. 즉 준비금 규모가 클수록 보험사의 법인세 부담액은 감소하고 배당 재원은 줄어든다.
당국에 따르면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2022년 9조 2000억원에서 2023년 13조 4000억원으로 4조 2000억원 늘어난 반면, 법인세는 같은 기간 3조 4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2조 6000억원이나 줄었다.
이는 새 회계기준 도입 이후 보험사의 신계약 유치 경쟁으로 해약 환급금 준비금 누적액이 2022년 말 23조 7000억원에서 작년 말 32조 2000억원, 올해 6월 38조 5000억원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번 개선안을 살펴보면 향후 금리변동 등 대내외 여건과 IFRS17 안착 기간을 고려해 올해는 K-ICS(지급여력비율) 200%(경과조치 전 기준) 이상인 보험사에 대해 적립비율을 기존 대비 80% 수준으로 조정한다. 개선방안은 연내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을 거쳐 2024 사업연도 결산부터 적용된다
K-ICS 기준은 5년간 매년 10%p씩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29년에는 지급여력비율 150%인 보험사에 이 같은 조치가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개선되는 안을 작년 말 기준으로 영향 분석했을 때 보험사의 배당가능 이익은 3조 4000억원이 증가하고, 법인세는 9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업계는 해약환급금 적립 비율 하향 조정을 적용받는 회사들은 한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K-ICS 비율 200%를 상회하는 보험사는 삼성생명(201.5%), 삼성화재(278.9%), DB손해보험(229.2%) 등이다. 이들 보험사는 주주환원에 제약이 없을 정도의 배당가능이익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K-ICS 비율이 양호하고 배당가능이익이 아직 충분해 배당에 큰 문제가 없었던 대형보험사들은 기존의 배당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기타포괄손실확대로 9월말 기준 배당가능이익이 거의 소진되어 배당이 어려웠던 회사들 대부분이 K-ICS 비율 200%를 밑돌고 있어서 이들의 상황은 달라질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법인세 납부액 확대로 인해 보험사의 현금흐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상당한 금액의 법인세 납부, 환급 변동으로 보험사의 현금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은행이나 금투업계 수준의 고도화된 밸류업 계획 발표를 보험사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하락, 할인율 제도 강화 등의 영향으로 안정적인 K-ICS 비율 관리가 중요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주주환원 확대보다는 오히려 준비금 감소에 따른 법인세 등 영향이 단기적으로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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