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만 파업, 경제 변수되나...장기화시 "고용·인플레 타격 불가피"
상태바
美 항만 파업, 경제 변수되나...장기화시 "고용·인플레 타격 불가피"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4.10.02 1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 동·남부 항만 1일부터 파업 돌입
영향 제한적일 듯...장기화시 고용데이터·인플레 영향 불가피
"11월 미 연준 금리결정 복잡해질 수 있어"
미국 동·남부 항만 노동자 4만5000여명이 10월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동·남부 항만 노동자 4만5000여명이 10월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동·남부 항만 노동자 4만5000여명이 10월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대란 등을 겪어낸 미 기업들은 이번 파업에 앞서 대비를 해왔던 만큼 파업에 따른 타격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거나, 고용지표에 영향을 미쳐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파업 타격 제한적일 듯...기업들 재고 확보 등 대비 나서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해외 언론에 따르면, 미 동·남부 항만 노동자 4만5000여명은 1977년 이후 47년만에 파업에 나섰다. 이번 파업은 텍사스부터 메인까지 미 동쪽에 위치한 36개 항구에서 진행된다. 핵심 쟁점은 임금으로, 미 해운 연합은 50%의 임금 인상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에서는 61.5%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임금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으로 인해 식품 및 자동차를 비롯해 일부 소비재 가격이 상승하는 등 타격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셉 브루스엘라스는 "미 동부와 걸프 연안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은 국내총생산(GDP)에 완만한 영향을 입힐 것"이라며 "주간 기준으로 GDP 0.1%, 수출입 손실 43억달러 가량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미 경제가 3% 성장 경로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파업으로 인해 경제가 궤도를 이탈하거나 경기 확장 구간이 조기에 종료될 위험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의 존 도니지안 역시 "동부 항만 노동자 파업이 모든 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겠지만, 미 경제는 지난 2년 동안 여러가지 지뢰들을 피해왔고, 성장 모드를 유지해왔다"며 "애틀랜타 연은은 3분기 성장률이 2.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미 경제가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 기업들은 파업으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가을 쇼핑 시즌을 앞두고 대형 소매업체들은 파업에 대비해 평소보다 일찍 재고 확보에 나섰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북미 이코노미스트인 브래들리 손더스는 "최근 몇 년 간 공급망을 둘러싼 충격이 빈번했기 때문에 생산자들은 재고 부족의 위험에 더 잘 적응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기업들은 파업을 대비한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가 수개월간 그 가능성을 미리 언급해왔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대비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들은 동부 항만 대신 서부 항만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LA향 운임비 대비 상하이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운임비는 코로나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동부 항만 파업에 대비해 서부 항만을 통한 운임 계약이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준영 연구원은 이를 언급하며 "앞당겨 주문해 쌓은 재고와, 서부 항만으로 선회한 물류 등을 감안하면 단기적 노사 갈등은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파업이 끝나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업 장기화시 고용 등 경제 타격 불가피

문제는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다. 파업이 장기로 이어질 경우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장 우려되는 것이 바로 10월 고용 데이터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15일 시작된 전미자동차노조 파업은 10월 마지막주까지 이어졌는데, 당시 파업이 9월 고용데이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10월 고용데이터에서는 제조업 일자리가 35만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는 등 타격을 입힌 바 있다.

이번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에도 11월 초 발표 예정인 10월 고용데이터에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NBC는 "연준의 11월 FOMC 이전에 마지막으로 보게 될 10월 고용보고서는 파업으로 인한 영향과, 허리케인 헐린으로 인한 영향을 모두 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연준의 금리 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퀴니피악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볼은 "파업은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보이지만, 만일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많은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며 "파업 기간 동안 단기적으로 가격이 급등할 수 있으며, 특정 상품의 가격은 크게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 혹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실제로 품귀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품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식품이나 자동차가 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씨티그룹 경제학자인 앤드류 홀렌호스트 역시 "파업의 비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할 수 밖에 없고, 수입 과일과 같이 부패하기 쉬운 제품들이 가장 먼저 공급 부족에 빠질 수 있다"며 "파업이 며칠 이상 연장된다면 특정 부품 부족으로 인해 결국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자동차 등의 가격이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JP모건 분석가들은 항만 파업으로 인해 미 경제에 하루 38억달러에서 45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중 일부는 파업이 종료되면 다시 회복될 것으로 추정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