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각] “스튜어드코드십, 연금사회주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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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각] “스튜어드코드십, 연금사회주의 우려”
  • 김현민
  • 승인 2018.07.3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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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마녀사냥 도구 될수도…연금 운용과 의사결정 독립성 보장해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30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제6차 회의를 열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을 의결했다.

당초 보건복지부의 원안에는 '경영 참여'가 제외돼 있었다. 하지만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의사가 반영되면서 '경영 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주인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자금주인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주주활동 등 수탁자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토록 하는 행동지침이다.

이날 의결된 방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투자기업에 임원의 선임·해임 등 주주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할수 있게 된다. 경영참여는 원칙적으로 배제한다고 했지만, 투자기업에 임원의 선임·해임·직무정지, 합병·분할, 자산 처분, 회사 해산 등에도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를 인정한 셈이다.

배당뿐만 아니라 기업의 부당지원행위, 경영진 일가 사익 편취행위, 횡령, 배임, 과도한 임원 보수 한도 등도 국민연금의 미래 수익에 영향을 주는 중대 사안으로 판단, 다양한 주주권을 동원해 압박할수 있다.

 

▲ 국민연금 로고

 

31일 주요 신문들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조선일보는 “사회적 가치 위해 국민연금으로 경영 개입이 무슨 소린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정부가 수익성과 안정성이 아닌 다른 의도를 갖고 국민연금의 힘을 이용하려고 하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 635조원을 굴리면서 국내 주식시장에만 130조원 넘게 투자하는 자본시장의 가장 큰 손이다. 상장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300개에 가깝고, 10% 이상 보유한 기업이 90여개다. 이런 큰손이 기업 경영에 개입할 길이 열렸으니 파장은 상당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기업들에 "지배구조 개편하라" "배당하라" 같은 구체적 주문을 쏟아낼지 모른다. 몇 년 후엔 블랙리스트까지 나온다고 한다. 특정 기업들을 선정해 "배당 늘리라"고 주문하고 이를 거부하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리스트가 돌아다닌다면 기업은 위축되고 주가는 폭락할 것이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경영참여 물꼬 튼 국민연금, 경영 간섭 걱정된다”며 국민연금 운용과 의사 결정의 독립성 보장을 요구했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정부는 국민연금 운용과 의사 결정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민간 전문가 중심의 수탁자 책임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항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책임위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종 위촉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의 돈으로 정부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지배구조에 개입하는 등 ‘연금 사회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은 기업 경쟁력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스튜어드십 코드를 악용해선 안 된다.“

 

동아일보는 “국민연금으로 민간기업 경영 흔들겠다는 건가”라는 사설을 내고 “정부 입맛에 맞춰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에만 온통 관심을 쏟고 있으니 ‘연금 사회주의’ ‘연금 관치’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기금위 구성상 정부가 친정부 측 위원 및 노동계와 합심해 경영참여 안건을 통과시키면 언제든 경영권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기금위 구조 때문에 경영참여 문구가 포함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 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기업 299곳은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당장 정부의 개입을 걱정하게 됐다.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나 주주권 행사가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정책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자칫 특정 기업에 대한 마녀사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기업활동 위축 안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관치 문화가 강하고 지금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사를 놓고 청와대 개입 논란이 이는 우리 풍토에서 이 제도가 가져올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말처럼 같은 제도라도 이를 운영하는 문화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지는데 우리 사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이 제도가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이어져 `연금사회주의`로 변질되는 경우다.”

 

국민연금은 635조원 규모의 운용자금을 굴리고, 국내 주식시장에만 130조원 넘게 투자하는 세계 3대 연기금이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기업 299곳이며, 이들 기업은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당장 정부의 개입을 걱정하게 됐다. 국민연금이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업을 길들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오늘자(31일) 주요 언론 사설들의 공통 논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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