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美 연준,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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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美 연준,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
  •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 승인 2024.09.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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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9월 FOMC에서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그리고 첫 인하를 50bp의 큰 폭으로 결정했다.

과거 50bp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경우 대부분 금융시스템 위험과 임박한 침체 신호가 이유였던 만큼, 이번 인하 사이클의 시작은 25bp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연준은 과감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재빠르게 수정했다.

7월 고용 지표 결과를 먼저 알았더라면 7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했을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연준 의장은 그 때 못한 인하까지 더해 이번에 50bp로 결정했다고 밝힘으로써 실질적 정책 대응의 중요성에 무게를 뒀다. 과거 연준 총재나 다른 나라 중앙은행 총재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2026년까지는 금리인하가 대세

과거 사례를 볼 때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은 사이클을 갖기 때문에(즉, 일정 기간의 추세성을 갖기 때문에) 이번 금리 인하도 새로운 사이클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FOMC 위원들 역시 향후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치, 즉 점도표를 통해 새로운 금리 인하 사이클이 2026년, 즉 후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그 동안 깨진 균형 하에서 물가 안정이라는 핵심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립적인 수준을 상회하는 금리를 유지했고, 이제 목표 달성이 눈 앞에 도달하면서 현재로서 더 중요한 목표, 즉 물가와 성장의 안정적 균형을 이루는 중립 금리 수준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첫 금리 인하 폭이 50bp에 달하면 발생할 수 있었던 경기 침체나 금융시스템 위험에 대한 우려도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기자회견 장에서 미국 경제에 큰 위험이 관측되지 않는다는 파월 의장의 반복적인 설명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예상보다 빠른 위축’,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문에서의 버블 붕괴 가능성’ 등 시장 일부에서 발견되는 비관론을 뒷받침할 만한 경제/금융지표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물론 미국의 제조업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발표된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는 47로 기준선 50 이하를 3개월 연속 하회했고, 시장의 전망치보다도 낮았다. 대선을 앞둔 기업들의 보수적 투자 계획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소비 위축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연준이 제시한 4%대 중반에서의 실업률 고점 목표가 달성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업 경기는 기준선을 이상이었을 뿐 아니라 시장의 예상도 넘었다. 코로나19 이후 나타나고 있는 제조업으로부터 서비스업으로의 장기적 회복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금융시장 위험지표도 아직 안정적이다. 글로벌 고수익채권 스프레드나, 미국의 Baa 등급 회사채 스프레드, 자금시장 단기금리 등은 2000년대 이후 침체가 임박했던, 그래서 미국 연준이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던 시기와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중 침체라고 할 만한 경기 하강은 금융시장 충격을 동반하거나, 금융시장 충격에 의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1년 반 전 불거졌던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상업용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 사모부채 펀드 부실화 등의 이슈가 오히려 수그러든 상태다. 경기 둔화는 맞지만, 심각한 침체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FP/연합뉴스

주요 선진국도 금리인하 나설 듯

한편,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서 이제 일본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 인하 사이클도 탄력을 받게 됐다. 자국 상황에 따라 먼저 기준금리를 내렸던 유럽과 캐나다는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부담이 줄었다. 미국보다 먼저 통화정책을 변화시킬 때 나타나는 환율 측면의 불확실성이 다소나마 경감됐기 때문이다.

선제적 금리 인하가 촉발할 수 있는 자국 통화 가치 약세는 수출 측면에서 일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수입 물가의 상승이 내수 부양 효과를 희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까지 고물가가 통화정책의 핵심 의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과 캐나다의 의사 결정은 조만간 이뤄질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합리적’ 분석과 전망을 토대로 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데 있어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다. 지난 7월 두 번째 금리 인상에서 급격한 엔화 강세가 충격을 주는 바람에 일본은행의 입지가 매우 좁아졌는데, 미국이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추가 인하 시점을 다만 몇 달이라도 지연할 수 있는 룸이 생겼다는 얘기다. 일본 금리 인하의 주된 목표 중 하나인 엔화 가치 급등이 연준의 금리 인하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일 양국의 통화정책은 주요 지점에서 공조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 역시 크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원달러환율 상승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그만큼 물가 전망 불확실성도 낮아졌다. 물가가 안정된다면 성장과 고용을 최대한 달성한다는 연준의 입장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물론 내수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못 줬다는 평가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지 못했다는 평가를 더 무서워하는 한국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금리 인하라는 글로벌 사이클 하에서 수출 의존적 한국 경제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제 적어도 1년, 길게는 2년간 글로벌 금리 인하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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