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 칼럼니스트] 곽튜브가 비난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양새다. 에이프릴 활동 당시 멤버를 괴롭혔다는 의혹이 있는 이나은을 옹호한 여파다. 대중들은 등을 돌렸고 곽튜브의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곽튜브는 두 차례나 사과했지만, 그에 관한 명확하지 않은 과거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곽튜브는 여행 유튜버로 9월 20일 현재 20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이름과 얼굴을 알린 그는 고등학생 시절 괴롭힘을 받고 자퇴한 경험이 있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러시아와 아일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한 경험을 토대로 주 아제르바이잔공화국 한국대사관에서 실무관으로 일했다.
이러한 경험을 가진 그는 여행 유튜버가 되었다. 곽튜브가 구독자 수가 많아지기까지는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중앙아시아에 특화된 유튜버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지만, 그가 현지인과 어울리는 인간다운 모습과 자기 비하도 서슴지 않는 특유의 유머를 구독자들이 좋아해서였다.
하지만 200만 명이 넘는 구독자 숫자가 그에 대한 지지를 보장해주는 척도는 아니었다.
스타와 유튜버를 대하는 대중의 잣대
대중들이 곽튜브를 비난하는 건 이나은을 옹호했다는 이유에서다. 곽튜브가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자신의 채널을 통해 괴롭힘 가해자로 의심받는 연예인에게 자기변호의 기회를 줬다는 점에 대중들은 분노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네게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힐난으로도 읽힌다. 이런 여론을 알았는지 곽튜브는 “오만하고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두 번째 사과문에서 밝혔다. “무지하고 경솔했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곽튜브가 이토록 자세를 낮춘 건 자칫 잘못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인기가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질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은 아닐까.
사실 방송이나 영화 등 연예인 활동을 통해 인기를 쌓은 스타와 유튜브로 인기가 떡상한 셀럽을 바라보는 대중의 잣대는 좀 달라 보인다. 인기 스타의 팬덤과 인기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자기의 스타나 셀럽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좋아한다는 개념과 수준 자체가 다르다. 구독자 숫자가 팬덤으로 이어지지 않는 면에서 특히 그렇다.
팬덤이 굳건한 스타는 범죄를 저질러도 그를 사랑하는 팬들은 신뢰의 끈을 놓지 않는다. 몇몇 사례에서 보듯, 범죄의 중대함은 간과하고 오히려 영어의 몸이 된 스타를 걱정하는 팬덤이 있는가 하면, 전과 기록에 남을 정도의 범죄를 저질렀어도 어릴 적 벌인 사소한 일일 뿐이라며 과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 팬덤도 있다.
하지만 인기 유튜버들은 크게 다르다. 아무리 인기 있는 영상이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내용이 들어가면 이를 제작한 유튜버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지난 5월 지역 홍보 영상을 올렸지만 결과적으로 그 지역을 비하하는 영상이 되어버려 비난받은 ‘피식대학’이 대표적이다.
이후 피식대학 멤버들은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해당 자치단체의 홍보대사를 맡는 등 나름 해결해 가는 모습이지만 예전의 화제성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5월 영상에서 피식대학 멤버들의 보여준 자세는 한마디로 ‘오만함’이었다. 300만 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 그 자체였다. 코미디 혹은 개그를 콘셉트로 한 채널이라 웃음을 위한 설정으로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 내면에 어린 구독자를 많이 보유한 유튜버의 위력을 뽐내는 듯 보였다.
대중들은 그러한 피식대학의 모습을 비난했다. 약한 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는 오만함이라며. 문제의 곽튜브 영상에서도 대중들은 그의 오만함을 본 걸까. 선제적으로 곽튜브는 자기의 ‘오만’을 사과문을 통해 반성했다.
사과문의 행간을 살펴보면 자기의 위상을 원래 자기 수준보다 높다고 오해한 반성이 담겨 있다. 대중이 어떤 거에 분노하고 어떤 면을 비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작성한 면밀함이 느껴지는 사과문이었다.
구독자수와 팬덤 사이엔 간극이 크다
곽튜브 사례로 미루어보면 유튜버를 향한 대중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채널을 구독한다고 해서 그 유튜버를 향한 팬덤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다수의 구독자는 그저 영상을 즐길 뿐이다.
그런데 유튜버들은 종종 자기 채널의 구독자 숫자를 자기를 향한 팬덤으로 여길 수도 있을 거 같다.
특히 구독자 숫자가 수십만 명에서 수백만 명을 오가는 채널의 유튜버라면. 길을 가다가도 그곳이 해외라도 자기를 알아보는 이가 있고 때로는 유튜브가 아닌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얼굴과 이름을 더욱더 알리게 된다면. 게다가 유명한 방송인과 함께 출연하게 되고 어느덧 자기도 방송인으로 불리게 된다면.
아마도 자기 생각과 말을 구독자들도 함께 공감할 거라 곡해하지 않을까.
반면 구독자들, 즉 대중들은 이들 유튜버를 어떻게 생각할까. 인기 유튜버들의 시작은 대개 평범했다. 때로는 지질한 일상을 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의 노력과 인생 역전을 보며 놀라워하는 마음과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곽튜브 사례에서 보듯 꼬투리 하나 잡히면 그 끝을 내려고 물고 늘어진다. 이런 현상에는 시기하는 마음도 조금은 작용하지 않았을까. 한때 자기처럼 평범했던 (혹은 지질했던) 이가 인기가 떡상한 거를 질투하거나 싫어하는.
그러고 보면 대중들이 방송 등을 통해 정식으로 데뷔해 인기를 쌓은 스타와는 다른 잣대로 유튜버들을 대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니 인기 유튜버들은 구독자 숫자를 자기의 위상으로 여기지 않는 건 물론 대중들의 조변석개하는 마음마저 헤아리는 덕목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