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회의 결과를 두고 월가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며 '빅 컷(50bp 금리인하)'의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다수 나왔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18일(현지시간) 50bp 금리인하는 우리가 예상했던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FOMC 이전의 블랙아웃 기간에 '천천히 시작할 것'이라고 분명히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잘못 들은 게 틀림없다"며 "블랙아웃 기간에 나온 지표는 어떤 것도 연준의 빅 컷이 필요하다고 시사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블랙아웃은 연준 인사들이 FOMC 회의 일주일 전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삼가는 기간이다.
스티펠의 린지 피에자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견고한' 경제와 '상승 중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연준은 50bp 금리인하로 시장의 요구에 화답했다"는 냉소적 제목의 투자노트를 배포했다. 경제가 여전히 견고하고 인플레이션이 아직 오르는 중인데 연준이 왜 섣불리 빅 컷을 단행했느냐는 주장이다.
스티펠은 노트에서 "50bp 금리인하가 내포한 리스크는 연준이 중립금리나 그 이하로 서둘러 돌아가려 한다는 신호를 부적절하게 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단순히 통화정책을 중립 방향으로 확고히 하는 것과 반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래퍼텐글러인베스트먼츠의 낸시 텐글러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은 총을 성급히 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실업률은 실제 증가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는 해고 흐름을 보지 못했고 구인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매우 많다"며 "약한 고용 보고서가 하나 있었는데 연준은 그렇게 행동했다"고 강조했다.
노스엔드프라이빗웰스의 알렉스 맥그레스 최고투자책임자는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50bps!!!', 이 결정은 어떤 근거로 내려졌는가"라고 반문하며 "시장은 처음에는 이같은 움직임을 반겼지만 이후 역전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상회하고 증시는 사상 최고치에 있는 데다 부동산 가격도 사상 최고치인 한편 고용과 국내총생산(GDP)도 여전히 양호하지만 우리는 50bp를 인하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연준의 결정을 풍자했다.
이것보다 조금 더 점잖게 놀라움을 표하는 의견들도 나왔다.
BMO캐피털마켓츠의 이안 린젠 미국 금리 전략가는 "50bp 금리인하는 공식적인 시장 컨센서스보다 더 컸다"며 "프런트로딩(front-loading·초기에 큰 폭으로 움직이는 것) 금리인하에 나설 합리적인 주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 주목했다.
린젠은 "파월 의장이 회견에서 금리인하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그 외에'인하 사이클'이나 '정책금리 재조정' 같은 표현도 사용했다는 것은 회의마다 금리를 내리는 게 FOMC의 기본 가정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RBC글로벌자산관리의 안드제이 스키바 미국 채권 총괄은 "현재 단계에서 연준이 일련의 대규모 금리인하를 통해 수익률 곡선보다 앞서 나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다만 향후 입수되는 데이터에 따라 고용시장 상황이나 소비자의 전반적인 여건이 크게 약화하면 우리 견해는 조정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윗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0bp 인하는 연준 인사들이 경제 성장세 둔화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통화정책 정상화 사이클의 초기 단계는 연준이 물가에서 고용으로 관심을 빠르게 돌렸기 때문으로 우리 예상보다 조금 더 공격적이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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