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다발 상호금융] ④ 과연 사고일까 사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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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다발 상호금융] ④ 과연 사고일까 사건일까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9.12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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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 부적정대출...장기간 수차례 걸쳐 진행
조합, 금전·향응 대가로 대출 심사 소홀
상호금융 금전사고 4년 간 511억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굵직한 금융사고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사이, 새마을금고·신협·수협 등 상호금융권이 자잘한 사고들을 꾸준히 터뜨리고 있다. 사고 규모나 사회적 파급력은 덜하지만 그 빈도는 은행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잦다. 조합원들의 쌈짓돈이 모여 설립된 조직이라는 본래 의미가 내부통제 부실로 무색해지는 시점이다.

금융당국마저 상호금융이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하다며 건전성 회복과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지금 상호금융권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상호금융의 사건사고는 대부분 대출 심사를 소홀히 하거나 대출 후 관리를 미흡하게해서 발생한다. 이는 대출한도 초과, 원리금 연체, 조합 손실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사고는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부적정 대출이 아닌 의도적인 불법대출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조합 임직원은 차주에게 손쉽게 대출을 내주고, 차주는 그 대가로 금품, 향응을 제공하는 것이다.

12일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서 터진 금전사고는 총 511억4300만원이다.

지난 5월 새마을금고에서는 담보가치를 부풀려 75회 동안 총 718억원의 불법대출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차주는 자금난에 몰린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담보물, 소득 등을 거짓으로 꾸며 대출을 받는 ‘작업 대출’을 의뢰받고, 당시 새마을금고 임원으로 있던 A씨에게 고급 외제차 등 약 3억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고 매수했다.

A씨는 대출 과정에서 은행의 감정평가법인 무작위 추출 시스템을 조작해 사전 섭외된 감정평가사가 속한 특정 감정평가법인에만 담보물 감정을 의뢰했다. 해당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7월 대형 부실을 떠안았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져 다른 새마을금고와 합병됐다.

지난 2012년 광주 모 수협은 신용불량자에게 5년 동안 107억원을 대출해줬다. 해당 조합은 대출 요건 심사와 담보감정평가를 허술하게 해 2005년 12월~2010년 9월 간 75회에 걸쳐 대출을 실행했다. 차주는 2004년부터 명절마다 지점장에게 200만원, 직원들에게 50만원씩 제공했고, 대출 후에는 지점장에게 그랜저 승용차와 집 리모델링비 5000만원을 선물했다.

이처럼 뇌물을 받고 불법 대출을 일으킨 것인데도 불구하고 겉모양새는 대출심사 소홀로 인한 부적정 대출로 포장되고 있는 꼴이다. 

이달 강원도 삼척과 부산의 모 수협은 대출심사위원회 심사 소홀, 기업운전자금대출 취급 및 자금용도 사후점검 소홀 등으로 중앙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해당 조합은 여신 심사시 대출금 사용계획서 등이 누락됐음에도 적정성을 심사하지 않고 심사의견서를 작성, 대출을 승인했다. 운전자금 지원의 적정성 역시 심사 없이 차주의 사업자등록 상태만 확인해 대출을 내주기도 했다. 이후 차주가 대출금 용도를 위반했는데도 조합은 사용용도 적정여부를 '적정'으로 작성했다.

전남의 한 새마을금고 역시 이달 취득제한 물건을 담보로 취득해 대출을 내줬고 강원 모 수협에서도 지난 달 대출심사위원회의 심사 소홀이 발생했다. 새마을금고·신협·수협의 경영공시를 거슬러가 보면 같은 조합(금고)에서만 유독 비슷한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간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의 내부통제 관련 취약요인을 개선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직후인 2022년 7월부터 "상호금융중앙회와 내부통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조합의 운영실태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같은 달 ‘2022년 1차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시작으로 지난해 3월, 4월, 9월, 올해 5월 다섯 차례에 걸쳐 협의회와 내부통제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및 조직문화 혁신, 내규 정비와 시스템 구축, 상임감사 도입기준 강화, 순회감독역 내실화, 명령휴가제 및 순환근무제 등이 논의됐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고는 꾸준히 터져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자치기구인 상호금융에는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정조치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나 감독당국이 부실조합(금고)에 개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이유는 상호금융기관이 자치적인 기구일 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조합원 자치적 성격이 약화하고 있고 점차 대형화하면서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대형 조합(금고)에는 금융감독당국이 적기시정조치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호금융기관은 모두 법령상 조합원(회원)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비영리법인으로 규정돼 있지만 실제 영업행위를 살펴보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면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회사처럼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며 "준조합원, 비조합원의 상호금융기관 신용사업 이용을 현재보다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향으로 제도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호금융 내부통제와 관련해 대형 조합의 규율체계를 우선적으로 마련해 점진적으로 전체 상호금융 조합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규율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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