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1위 은행, 수익률 높은 증권사에 고객 뺏길까
은행·증권업계 각종 '갈아타기' 이벤트 전개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오는 10월 가입한 상품 그대로 다른 금융사 계좌로 갈아탈 수 있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를 앞두고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증권업계로의 '머니무브'가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은행권과 증권사들은 각종 이벤트를 전개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94조 2832억원이다. 이 중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적립금 규모는 163조 7258억원으로 약 41%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지방은행 포함 전체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52.5%로 금융권에서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 규모는 압도적이다.
이어 증권사의 적립금 규모가 93조 7264억원(23.8%), 보험사가 92조 6262억원(23.5%)으로 나타났다.
적립금액에서는 은행이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증권사가 높은 수익률을 내며 뒤를 쫓고 있다. 지난해 기준 증권사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7.11%로, 이는 은행권(4.87%)은 물론 전체 업권의 평균 수익률(5.26%)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증권사는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적립금 증가율에서도 은행을 앞섰다. 지난해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규모는 전년 대비 15.9% 증가했으며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율은 17.5%을 기록했다.
이에 오는 10월 15일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 상품을 옮기려는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투자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한 채 옮길 수 있는 제도다.
그간 가입자들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계좌로 옮기려면 기존 계좌의 투자 상품을 모두 매도하고 현금화하거나 만기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시간 소요 등으로 인한 부담이 줄어들게 된 셈이다.
이에 은행권은 퇴직연금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내달 현물이전 제도 시행에 앞서 각종 이벤트를 진행한다.
우리은행은 올해 말까지 이벤트는 타 금융기관의 개인형 IRP와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한다. 개인형 IRP는 우리은행 WON뱅킹 및 영업점에서 신청 가능하며, DC형 퇴직연금은 영업점에서만 신청할 수 있다.
먼저 내달 14일까지 ‘사전예약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 1만 5000명에게 선착순으로 커피쿠폰을 증정한다. 사전예약을 완료한 고객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일인 10월 15일에 이전 가능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음달 15일부터 올해 말까지 ‘계약이전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 1만 5000명에게는 커피와 케이크 쿠폰을 제공한다. 계약이전 금액이 100만~5000만원 미만인 고객 14명에게 최대 5백만원의 신세계 상품권, 5000만원 이상인 고객 14명에게 최대 1000만원의 신세계 상품권을 추첨을 통해 증정한다.
신한은행은 ‘IRP 신한으로 갈아타기’ 이벤트를 시행한다. 해당 이벤트는 신한은행 개인형 IRP 계좌를 신규하고 타 금융회사 IRP 계좌 보유자산의 실물이전을 사전예약 신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실물이전 사전예약을 신청하는 고객 선착순 1만명에게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제공하고 IRP 실물이전을 완료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1000명에게 신세계 1만원 상품권을 제공한다. 사전예약 이벤트는 신한은행 영업점 또는 ‘신한 SOL뱅크’ 이벤트 페이지에서 내달 14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이하 RA) 도입에도 속도를 낸다. 국민은행은 미래에셋자산운용등과 지난 6월 태스크포스를 결성하고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쿼터백자산운용·콴텍투자일임과, 우리은행은 콴텍, 파운트 등과 RA 서비스 협약을 체결했다.
증권사들 역시 고객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사전이벤트와 사후이벤트를 나누어 마련했다. 사전이벤트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미션 1, 미션 2로 구분하여 실시된다. 미션 1의 경우 퇴직연금 실물이전과 관련해 사전 상담을 완료한 모든 고객에게 3000원 상당의 GS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며, 미션 2는 실물이전 예약을 신청한 고객 전원에게 맥도날드 빅맥버거 세트를 증정한다.
사후이벤트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후 100만원 이상 실물이전 완료과 이벤트 참여신청 고객에 한해 3만원 상당의 신세계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한다. 사전이벤트는 다음 달 14일까지 진행되며 사후이벤트는 다음달 15일부터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자사 IRP 계좌 보유자 중 내달 14일까지 금융기관 이전을 신청하고 SMS 마케팅에 동의한 고객 중 5000명에게 추첨을 통해 메가MGC 아메리카노 커피 쿠폰을 지급한다. 또 오는 10월 15일부터 11월 30일까지 현금과 실물자산을 포함해 1000만원 이상의 자산을 다른 금융기관 IRP로부터 삼성증권 IRP로 이전 완료하면 전원 신세계 상품권 3만원을 지급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자사의 IRP계좌를 가지고 있거나 신규개설한 고객이 사전에 실물이전 정보를 등록하면 추첨을 통해 3000명에게 치킨쿠폰을 지급한다. 사전이벤트에 참여한 고객에게는 향후 실물이전 방법뿐만 아니라 적립금 투자에 유용한 정보와 절세혜택 등을 제공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달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높은 수익률의 상품을 찾는 고객 수요에 따라 400조 퇴직연금 시장의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금 고객의 편의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상담 라운지를 운영하거나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등 금융사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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