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스마트폰은 제품의 기술혁신도 필요하지만 디자인과 무게도 중요하다. 얼마나 가볍고 얇은지에 따라 소비자의 반응이 곧바로 달라지는 제품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의 최대 정보기술 가전 박람회 IFA 2024에서 중국 기업 아너의 CEO는 정면으로 삼성의 폴더블폰을 조준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개척한 영역이 바로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아직 공략하지 못한 폴더블폰에서 기업 역량을 집중, 젊은 소비자의 마음을 돌려놓는데 일정 부분 주효했고 모바일 업계 최초로 AI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산업의 지배적 디자인(주도권)을 선제적으로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가 최고'라고 외치는 중국의 스마트폰
아너의 CEO 조지 자오는 자사 제품 매직 V3는 세상에서 가장 얇고 가볍다고 선언했다. 비교 대상을 삼성전자의 갤럭시와 애플의 아이폰으로 내세운 아너의 자신감이 돋보인다. 삼성전자보다 얇고 애플보다 가볍다고 강조한 그의 메시지는 폴더블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의 주도권을 견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아너는 제품 공개회에서 삼성전자 폴더블폰과의 비교에 주력하며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노골적으로 내세웠다. 스마트폰을 접는 혁신은 삼성전자가 최초로 시도했을지 몰라도 가장 얇은 폴더블폰은 자신들이 세계 최고라는 얘기가 쉼 없이 흘러나왔다. 중국의 화웨이까지 나서며 스마트폰의 경쟁 강도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화웨이는 이제 스마트폰을 두 번 접을 수 있다며 이른바 두 번 접는 트리플 폴드 스마트폰을 오는 9월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화웨이는 이미 올해 2분기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중국의 국가대표 기업이다. 화웨이는 1분기와 2분기 모두 삼성전자를 폴더블폰 시장에서 밀어냈다.
중국의 화웨이는 미국의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적대적 기업으로 소위 '찍힌' 회사다. 2차전지, 반도체, 차세대 통신, 양자컴퓨터, 인공지능, 바이오의약품은 대표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겠다고 선언한 핵심 분야다. 미국이 글로벌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건, 다른 나라 역시 중국 기업을 적극 견제하는 데 동참하란 얘기다.
그런데도 중국이 삼성전자와 애플에 관해 큰소리치는 이유는 미국의 견제가 효과적이지 못한 데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제3세계 국가로 투자 방향을 돌려 1600억 달러가 넘는 해외투자를 단행했다. 중국의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트랜션은 아프리카인들이 구매하는 스마트폰의 50%를 생산한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줄지 않았다.
경제 영역에서 펼쳐지는 중국 기업의 인해전술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매년 글로벌 주요 경쟁국의 R&D 투자 강도 및 동향을 분석한다. 가장 최근 나온 2022년 세계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 리스트를 살펴보면 미국은 여전히 827개 기업을 올려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는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은 679개 기업을 리스트에 올렸다.
중국이 세계 2위란 소식은 이제 어색하지도 낯설지도 않다. 놀라운 점은 중국의 상승세다. 지난 2013년 중국은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에 불과 199개의 기업만 올렸는데 9년 만에 480개 기업을 추가, 679개 기업을 기록하며 미국을 바싹 쫓고 있다. 중국의 679개 기업 숫자는 EU(367개)와 일본(229개)을 합친 것보다 많다.
한국기업은 어떤 추세를 보였을까? 지난 2013년 한국은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에 80개 기업을 리스트에 올렸지만 2022년 47개로 급감했다. 한때, 세계 R&D 투자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던 삼성전자도 7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화웨이는 R&D 투자에서 구글, 메타, MS, 애플에 이어 세계 5위, 아시아 1위에 마침내 등극했다.
중국 기업은 삼성전자만 제치면 한국의 경쟁력은 급격히 무너진다고 늘 얘기한다. 과거 그들은 조용히 삼성의 스마트폰을 벤치마킹 또는 모방하며 자국 시장 지키기에만 급급했다. 삼성전자를 언급하는 행위는 중국 기업 내에서도 자중하는 분위기였는데 어느새 흐름이 뒤바뀌었다. 중국은 삼성전자 앞에서 자신감을 내비친다.
카피캣에서 스마트폰 기술혁신의 선두 주자로 나선 중국 기업의 총공세에 삼성전자는 신중한 모습이다. 중국은 경제 영역에서도 신규 도전자들이 삼성을 포위하기 위해 주력했고 전략은 일부분 성공했다. 앞서 말한 화웨이의 휴대폰 자회사인 아너는 올해 2분기 서유럽의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아직 삼성전자보다 중국의 스마트폰이 기술적으로 탁월하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는 없다. 그러나 기술력에서 중국의 추격은 매우 빠르고 거세다. R&D 투자에서 가장 빨리 규모와 강도를 높이는 국가도 바로 중국이다. 업계는 오는 10월 삼성전자가 내놓을 10mm 안팎의 폴더블폰 판매가 향후 시장판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측한다.
삼성과 중국의 기술력, 브랜드 격차는 이제 박빙이다. 폴더블폰 이상의 또 다른 혁신이 삼성에게 필요하다. 게임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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