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독법’과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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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독법’과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9.07 09: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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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저는 도시 탐사를 즐겨하고 관련 글도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자료 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와 현장 답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취합해 글로 쓴 후 독자들과 나누는 재미가 큽니다. 

그래서인지 도시 관련한 책이 새로 출간되면 눈길이 갑니다. 다른 저자는 도시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그들의 시각과 성찰을 배울 수 있거든요. 이런 책들을 읽다 보면 도시를 들여다보는 저만의 시각을 갖추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기도 하고요.

한국어로 한국의 도시에 관한 책을 쓴 ‘로버트 파우저’

오늘은 로버트 파우저가 도시를 소재로 쓴 두 권의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첫 번째 책은 <도시독법>으로 2019년에 나온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의 개정판입니다. 이 책은 대형서점의 눈에 띄지 않는 서가에 꽂혀 있었지만 제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도시 탐구기’라는 제목이 도시를 탐구하는 제가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걸 알려주는 거 같았거든요.

저자 ‘로버트 파우저(Robert J. Fouser)’는 2018년 <외국어 전파담>으로 한국 독자에게 관심을 받은 이였습니다. ‘외국어는 어디에서 어디로,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졌는가’를 주제로 쓴 책이었는데 놀라운 점은 미국인인 저자가 직접 한국어로 집필했다는 점입니다.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와 개정판인 <도시독법> 또한 한국어로 썼습니다. 2019년 판 저자 서문에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로 글을 쓰는 것도 어렵지만,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외국어로 쓴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그의 고민과 노력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 없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도 외국어로 쓰인 원고를 한국어로 번역한 거라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로버트 파우저는 미국의 여러 도시, 영국과 아일랜드의 도시, 일본의 여러 도시에서 살았고 한국에서는 서울과 대전에서 살면서는 전국의 주요 도시를 여행했습니다. 

언어학 전공자인 저자는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데 거기에는 한국어와 일본어도 포함됩니다. 그는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부교수로 재직했었고 일본의 여러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저자 소개를 보면 한국어와 일본어 외에도 독일어·에스파냐어·프랑스어·중국어·몽골어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언어의 순례자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도시를 거쳐 살아온 저자에게 도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흥미로운 대상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를 집필했을 것이고 2024년 이를 개정해 <도시독법>으로 나왔을 겁니다.

도시를 읽는 방법, ‘도시독법’

개정판의 가장 큰 변화는 제목입니다. ‘도시독법’, 즉 도시를 읽는 법이라는 뜻입니다. 이전 판의 ‘도시 탐구기’와 비슷한 듯 다릅니다. 탐구기가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라면 ‘독법’은 알아가는 저자의 방법론을 제시한 거에 가깝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개정판에서는 독자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끌고 싶어 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독자들에게 그들이 사는 도시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보라고 권유하는 듯합니다.

책 내용 또한 비슷한 듯 다릅니다. 우선 이전 판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국의 도시들이 추가되었습니다. 2019년 판에 서울, 대전, 대구, 전주가 포함되었었는데 개정판에 부산과 인천이 추가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로버트 파우저가 살았던 미국의 여러 도시, 영국과 아일랜드의 도시, 그리고 일본의 여러 도시가 등장합니다. 이들 도시의 면면만 보면 혹시 도시 여행 정보 책자로 오해할 수 있지만 결이 크게 다른 책입니다. 

저자에게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게 더 흥미로운 거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도시에서나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이면에서 도시를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현재 자신이 밟고 선 땅’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왔다고 합니다. 

특히 그 도시의 역사적 배경과 지향성, 무엇보다 그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지켜봤다고 하네요.

서울을 예로 들면, 도시의 활력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1980년대부터 가까이서 지켜본 저자의 시각으로 담았습니다. 그 시기 서울에서 살았던 제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지점을 서술하고 있어서 도시 탐구자 혹은 도시탐험가로 자처하는 제게 큰 울림을 주기도 했습니다.

한편, 2024년 1월 <도시독법>이 출간될 때 저자의 다른 책도 함께 출간되었습니다.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가 바로 그 책입니다.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독법>과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표지

역사적 경관의 어제와 오늘

로버트 파우저가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를 쓰게 된 배경은 호기심이었다고 합니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역사적 경관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그리고 보존하고 있는 배경에는 어떤 맥락이 작동하고 있는지와 같은.

저자의 표현를 빌자면, 역사적 경관은 ‘역사와 소통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유산’을 말합니다. 특히 역사적 인물 또는 주요 사건과 관련 있는 건물이나 그 시대를 보여주는 유적을 일컫습니다. 

그는 세계 곳곳의 역사적 경관을 돌아보며 다양한 목적과 의도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권력자들의 정통성 획득부터 애국주의와 애향심의 고취, 그리고 시민정신의 구현 등. 이러한 역사적 경관의 이면을 통해 도시의 역사까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예를 들면, 로버트 파우저는 종교라는 키워드로 이탈리아의 로마와 일본의 교토를 엮어서 비교하거나 애국주의 고취 측면에서 미국의 윌리엄즈버그와 일본의 나라를 분석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 책에는 한국의 경주와 전주, 그리고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이 등장합니다. 한국의 정치 상황과 자본주의, 그리고 주민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들 지역의 역사적 경관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저자의 생각이 담겼습니다.

로버트 파우저는 한때 북촌에 살았던 이해 당사자이기도 했습니다. 조용한 동네인 한옥마을이 점차 관광지가 되어 가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본 동네 주민이었던 거죠. 외국인이면서 내부자이기도 한 저자의 성찰은 ‘도시’를 화두로 하는 한국의 여러 관계자가 관심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역사적 경관은 힘이 없는 거 같습니다. 개발이라는 화두 앞에 서면 특히 그렇습니다. 낡고 허름한 곳은 헐리거나 벽화로 가려지고, 때로는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기 일쑤입니다.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를 읽다 보면 제목에서 ‘왜’를 왜 강조했는지 저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렇듯 <도시독법>과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에는 로버트 바우저가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외국인이자 내부인인 저자의 시각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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