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국제유가...침체 시그널일까? 경기 되살릴 열쇠일까?
상태바
고꾸라진 국제유가...침체 시그널일까? 경기 되살릴 열쇠일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4.09.05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TI, 배럴당 70달러선 붕괴...지난해 12월 이후 처음
글로벌 경기 부진 따른 수요 둔화에 유가 하락세 지속
전문가들 "당분간 반등 어려울 듯"...씨티 "배럴당 60달러 전망"
유가 하락이 오히려 제조업 경기 회복 이끌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WTI가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70달러선을 밑돈 것은 지난해 12월13일 이후 처음이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고, 리비아의 원유 생산 차질 등 유가를 끌어올릴 만한 요인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유가는 꾸준히 내림세를 지속했다.  

전문가들은 유가의 하락세가 경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지속적인 유가 하락세가 경기 개선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WTI, 배럴당 70달러선 붕괴...글로벌 경기부진 탓 

4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9.20달러를 기록,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70달러선을 내줬다. 

WTI 가격은 9월 들어서만 2거래일간 6% 가까이 하락했다. 앞서 지난 8월에도 월간 기준으로 5.6% 내렸으며, 7월에도 4.5%의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우 소비가 큰 폭으로 둔화하는 양상인데다, 부동산 부진 또한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8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개월 연속 경기 수축을 나타내 제조업 경기도 녹록치 않은 상황임을 시사했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기댈 정책 모멘텀이 부재한 가운데 향후 경기전망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였던 소비 여력마저 불안해지면서 소비 회복 탄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역시 고용지표와 동시에 ISM 제조업 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것이 원유의 수요 둔화 전망으로 이어졌고, 유가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렌트유와 WTI 가격은 이번주에만 5% 이상 하락했다"며 "이는 주요 경제권의 수요 약화를 시사하는 경제지표에 의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급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더해진 점 또한 유가 하락세에 일조했다. 

앞서 리비아는 내부 요인으로 인해 석유 수출이 중단되고 원유 생산량이 급감해 유가에는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으나, 4일 리비아의 석유 공급이 회복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히려 하락세가 더욱 강해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도 10월부터 자발적 감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계획이었다.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하루 석유 생산량은 18만배럴 추가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다만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세에 OPEC+는 증산 계획을 철회하는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같은 소식도 유가 하락세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통상 유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지정학적 요인들도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정학적 요인들은 유가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이제 시장은 지정학적 긴장이 공급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들은 보고서를 통해 "수급이 느슨한 점은 석유 생산량을 줄이거나 경제 환경이 급격히 회복되는 등의 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이 두 시나리오 모두 가능성이 높거나 임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당분간 유가 하락 지속...제조업 경기 회복 이끌 수 있어"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가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OPEC+가 추가적인 감산에 돌입하지 않는다면 수요 감소와 비(非)OPEC 회원국들의 공급 증가로 인해 2025년 평균 유가는 배럴당 60달러에 달할 수 있다"며 "브렌트유 가격이 60달러대로 하락한다면 금융 흐름이 추가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고, 이로 인해 유가는 배럴당 5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중국의 수요 둔화를 이유로 2025년 평균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5달러 하향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유가를 연평균 배럴당 77달러, 연간 변동폭을 배럴당 70~85달러로 조정했다.  

나벨리에&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인 루이스 나벨리에는 "미 연준이 여러 차례 금리를 인하하고, 전세계적으로 제조업 활동이 개선될 때까지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은 약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는 점이 오히려 경기회복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박상현 IM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유가 급락이 수요부진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경기침체 우려를 뒷받침하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지만 경기침체로 바로 연결시킬 수 있을 정도의 유가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오히려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를 방어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유가 급락이 에너지 비용 절감으로 연결돼 제조업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물가 및 소비심리에도 긍정적이라는 것. 특히 미국의 경우 가솔린 가격이 소비심리는 물론 소비사이클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 급락을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동절기를 앞두고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여준다면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연착륙에 기여하는 동시에 그동안 부진했던 제조업 경기의 반등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