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주 동반 약세
증권가, "반도체주 9월에는 모멘텀 둔화 전망"
[오피니언뉴스=이예한 기자] 지난밤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9% 넘게 폭락하면서 국내 반도체주도 급락하고 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7.75% 떨어지는 등 미국 기술주의 전반적 약세에 국내 반도체 섹터 투자심리가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가는 9월에 반도체주가 상승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이번 달 반도체주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반도체주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엔비디아 밸류체인으로 묶인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SK하이닉스는 4일 오후 2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7.55%(1만 2700원) 내린 15만 5600원에, 한미반도체는 6.72(7300원) 내린 10만 1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6만원선이 무너지면서 15만닉스의 자리로 내려왔고, 한미반도체는 주가 10만원선을 지키는 것도 위태로운 상태다.
같은 시간 삼성전자는 3.31%(2400원) 내린 7만 100원에 거래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3E 8단 제품의 퀄(품질) 테스트를 마치고 공급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엔비디아의 주가 폭락에 호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삼성이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에 비해) 다소 늦게 뛰어들었지만, 최근 HBM3E 인증을 완료하고 H200용 HBM3E 8단 제품의 출하를 시작했다"며 "블랙웰 시리즈에 대한 인증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는 고객사와 관련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美 8월 ISM 제조업 지수 부진에 'R의 공포' 재점화
미국 증시는 3일(현지시간) 3대지수가 약세로 마감했다. 이는 8월 미국 ISM(공급관리협회) 제조업 지수가 부진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재점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8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지수는 전달보다 0.4포인트 오른 47.2를 기록했다. 올해 3월 이후 5개월 연속 50을 하회하면서 위축 국면을 시사했다. PMI가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50보다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지난 8월 초 미국 경제 침체 우려 확산에 '블랙프라이데이'와 '블랙먼데이'가 전개되면서 SK하이닉스가 2거래일간 20% 넘게 떨어지는 등 반도체주의 주가 흐름에 큰 타격을 준 만큼 이번에도 지난 'R의 공포'가 반복될지에 대한 우려 및 경계감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 불안, 엔화 강세 등이 엔비디아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경기민감주 중심의 낙폭이 커지기 마련이며 연초 대비 118% 오른 엔비디아는 경기 불안의 제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물가 전망이 예상대로 단행될 경우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발언을 한 여파로 전날 달러·엔 환율이 빠르게 내려오며 엔화 강세 흐름을 연출했다"며 "이전 폭락장에서 경험했듯이 엔화 강세는 엔캐리트레이드 청산과 연관이 있으며 엔화 강세가 기술주 매도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9월에는 반도체주 모멘텀 둔화 전망"
증권가는 9월에는 반도체 업종의 주가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대형주 강세를 이끌었던 반도체 업황의 고점을 주가가 선반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평가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여전히 반도체 업종 실적은 개선 중이나 과거 반도체 사이클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실적의 고점을 확인할 것"이라며 "실제 2025년 실적 하향 조정은 올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내년 초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과거 반도체 업종의 주가는 실적 고점에 6~8개월을 선행했다"며 "올해 상반기를 이끈 반도체 업종의 주가 모멘텀은 둔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주식시장은 1년 중 9월에 가장 부진하다는 계절성도 짚었다. 염 연구원은 "여러 요인이 거론되지만, 9월에 부진해 왔다는 경험은 투자자들의 매수를 꺼리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었다"며 "미국 대선 부담까지 존재한다는 점에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간과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그는 "금리 인하 시기에는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가치주보다 성장주가 강세를 보였다"면서도 "금리 인하를 전후로 변동성 확대를 겪었던 경험을 떠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반도체주가 기존에 많이 상승했던 부분이 (하락에) 더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을 거치면 중장기적인 성장 산업이기 때문에 눌림목을 바꿔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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