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 우려에 10% 급락한 엔비디아...낙폭 유독 컸던 이유는?
상태바
美 경기 우려에 10% 급락한 엔비디아...낙폭 유독 컸던 이유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4.09.04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SM 제조업 지표 부진에 대표 성장주 엔비디아 타격
엔화 강세 흐름도 기술주 매도 이끌어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도 악재 
9월의 첫 거래일인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했다. 사진=연합뉴스
9월의 첫 거래일인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9월의 첫 거래일인 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했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3000억달러 가까이 증발했다. 미 역사상 하루 최대 규모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것이 전체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았는데, 유독 엔비디아의 낙폭이 컸던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다시 불거진 경기침체 우려...엔비디아 시총 3000억달러 증발 

3일 발표된 8월 ISM 제조업 지표는 경기에 대한 우려를 재차 부각시켰다.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것은 물론 기준선 50을 5개월 연속 하회, 경기부진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부 지표를 보면 더욱 부정적이다. 재고지수가 급등한 가운데 신규 주문이 15개월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단기 내 ISM 제조업 지수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부진한 경제지표가 공개되자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앞서 지난 8월 초 7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됐을 당시 경기침체 시그널로 알려진 삼의 법칙에 부합하며 침체 우려가 확산됐고, 이것이 글로벌 주식시장을 뒤흔든 바 있다. 8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사흘 앞두고 제조업 지표가 부진하게 발표되면서 증시가 흔들리자 8월 초 블랙먼데이의 공포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주식은 바로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만에 10% 가까이 급락했으며, 시가총액 2790억달러가 증발했다. 미국 기업 사상 하루 동안 가장 큰 폭으로 시총이 감소한 것이다. 

엔비디아 주가 급락세는 여타 반도체 업종의 하락세를 이끌었고, 이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8%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엔비디아 주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이유는 그간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장 많이 오른 주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이날 급락세를 반영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연초 이후 118%의 상승세를 기록중이다. 

또한 ISM 제조업 지표 내 신규주문은 7월 47.4에서 8월에는 44.6으로 하락했는데, 신규 주문의 부진이 이어질 경우 전방수요에 대한 우려로 연결되고, 이는 수익성 불안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경기 민감주 중심의 낙폭이 커지기 마련"이라며 "연초 대비 118% 오른 엔비디아가 경기 불안의 제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후파이낸스 역시 "투자자들은 향후 경제 데이터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냉각되고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폭이 엔비디아와 같은 주식에 미치는 영향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화 강세 흐름도 엔비디아에는 부담

엔화 강세 흐름 또한 엔비디아에는 악재가 됐다.

전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의회 연설에서 "경제와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전개된다면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언급, 매파적 태도를 보이자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 이에 시장에서는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에 재차 주목하면서 엔비디아 역시 타격을 입었다. 

김 연구원은 "엔화 강세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관련이 있으며,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이 되면서 엔화를 매수하게 될 경우 기술주는 매도하게 된다"면서 "해당 매커니즘이 과거 증시 폭락의 근거로 작용했던 만큼 전일 관찰됐던 엔화 강세 역시 기술주 매도 압력으로 작용했고, 그 타겟이 엔비디아로 설정됐을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에 개별적인 악재가 발생한 점도 향후 주가에는 부담이다. 

3일 장 마감 후 블룸버그통신은 미 법무부가 엔비디아와 일부 다른 기업들에 반(反) 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 대한 소환장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반독점법 담당자들은 엔비디아가 기업들이 다른 AI칩 공급업체로 바꾸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자사의 AI칩을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기업에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GPU와 AI 분야의 높은 시장 점유율 기반으로 70% 중후반의 매출 총이익률을 기록해오던 엔비디아이기에 이와 같은 반독점 조사는 더욱 부정적 이슈"라고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이 소식이 전해진 것이 장 마감 이후라는 점이다. 해당 뉴스가 전해진 이후 엔비디아는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2.4% 추가로 하락했다. 이는 관련 악재가 내일 정규장에서 엔비디아 주가에 반영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8월 고용보고서 확인해야...단기 반등은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주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8월 고용보고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개별 악재가 발생한 점, 그간 많이 올라 차익실현 욕구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 등도 엔비디아 주가에는 하방 압력이 될 수 있지만,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결정하는 것은 '경기'이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고용지표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의 금리인하 폭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 될 것"이라며 "0.25%포인트 인하가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8월 고용지표가 매우 악화될 경우 경기침체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일 종가 기준 108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엔비디아 주가가 110달러선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야후파이낸스는 트레이더 피터 디칼로의 말을 인용해 "모든 요인들을 고려할 때 엔비디아가 110달러 이상의 주가를 유지해야만 현재의 비관적인 전망이 소멸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선이 예정된 해의 9월 시장은 유독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단기적 반등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대선이 있는 해의 9월은 전통적으로 힘든 달이었음을 감안할 때 시장에 민감한 엔비디아 주가의 단기적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다만 단기 조정 국면이 종료되고 4분기 지연된 블랙웰 판매가 시작되며 꾸준한 성장세를 증명할 경우 주가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 역시 높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