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앞세운 中 전기차 공세…'공장폐쇄' 쇠퇴하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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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앞세운 中 전기차 공세…'공장폐쇄' 쇠퇴하는 유럽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4.09.03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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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000만원대 '반값' 전기차 물량 공세
현지화 전략 강화 유럽시장 잠식 나서
폴크스바겐, 독일 공장 폐쇄 검토 "경영 위기"
폴크스바겐그룹은 87년 역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 공장 폐쇄를 검토하는 등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ㅣAFP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중국 전기차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리 오토, 니오, 엑스펑, BYD 등 중국 주요 전기차 업체들의 8월 인도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맹주였던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지며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지난 수십년간 내연기관 차량에서 승승장구하던 폴크스바겐은 87년 역사상 최초로 본국인 독일에서 공장 폐쇄를 검토하는 등 전기차로 전환 경쟁에서 뒤처지며 시장을 중국 업체들에게 내주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반값' 무기로 물량 공세 나선 중국…연 1000만대 시대 '초읽기'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XPeng)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을 탑재한 2000만원대 전기차 브랜드 모나를 이르면 이달 중 출시한다. 샤오펑은 주행가능거리 515km인 전기차 세단 모나 M03의 기본 모델을 11만9800위안(약 2260만원)에 판매한다. 또 주행가능거리 580km에 중국판 ADAS '맥스'를 탑재한 고급 버전을 15만5800위안(약 2940만원)에 판다. 이는 테슬라의 중국 판매 전기차 중 가장 저렴한 모델3(23만1900위안·약 4370만원)보다 1400만원 이상 싸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잇달아 저가형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중국 국영 상하이자동차(SAIC)의 합작사 울링(Wuling)은 지난 6월 '2024 빙고 EV'를 8000달러(약 1070만원)에 내놨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BYD는 9700달러(약 1300만원)짜리 전기차 시걸EV를 선보였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전 세계를 상대로 물량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전기차 판매량(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은 432만1000대에 달한다. 전체 시장(715만9000대) 점유율은 60.4%다. 이는 유럽(20.9%), 북미(11.9%)를 압도하는 수치다. 지난해 대비 성장률도 30.9%에 달해 글로벌 평균(20.8%)를 크게 웃돈다. 업체별로 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는 BYD로 시장 점유율은 21.0%다. 2위인 테슬라(11.6%)보다 약 2배 높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도 CATL 37.8%, BYD 15.8% 등 중국 두 회사가 절반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시절 후발주자로서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중국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로 방향을 선회하고 전기차 사업을 육성한 결과 전기차와 배터리 부문에서 중국 기업의 기술 발전이 이어지며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올해 전기차 생산과 판매에서 모두 1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푸빙펑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상무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쓰촨성 이빈에서 열린 2024년 세계동력배터리 대회에서 "오는 11월 중국 전기차 생산량과 판매량이 1000만대를 돌파할 것"이라면서 "중국 전기차 산업은 현재 고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전기차 959만대를 생산하고 949만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5.8%와 37.9%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중국 전체 자동차 생산량은 2016만대인 것을 감안하면 이중 전기차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 셈이다. 

쇠락의 길 걷는 유럽…현지화 전략 강화 中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와 달리 한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 잡았던 폴크스바겐, 스텔란티스 NV, 르노 SA 등 유럽 굴지의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로 전환에 실패하며 시장을 중국 기업들에게 내주고 있다. 특히 폴크스바겐의 경우 1939년 설립 이래 87년 역사상 최초로 독일에서 공장 폐쇄를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각) 노사협의회에서 "자동차 산업이 몸시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있다"면서 "경제 환경이 어려워졌고, 새로운 경쟁자가 유럽 시장에 진입하면서 독일은 경쟁력 측면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폴크스바겐이 포괄적인 구조조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면서 "공장 폐쇄도 이제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경영진은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각각 1곳씩 폐쇄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한 비용 절감 조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7월 폴크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 아우디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8 e트론 생산을 중단하고 이 모델을 만드는 벨기에 브뤼셀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브뤼셀 공장 노동자 3000명 중 90%를 감원한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폴크스바겐 경영진은 2026년까지 100억 유로(약 14조8000억원)로 책정한 비용 절감 목표를 40억~50억 유로(약 5조9000억~7조4000억원) 더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현지 매체 슈피겔은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으로 약 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폴크스바겐은 약 68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유럽 현지에 생산기지를 확대하며 수출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 지난 2월 BYD는 헝가리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2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공장 건설에 나섰다. 완공 시 약 1200개의 일자리를 직접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BYD는 '유럽에서 유럽인을 위한 생산'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며 현지화 전략에 힘쏟고 있다. 

또 니오는 올해 1분기 헝가리 공장의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했다. 니오는 헝가리 공장을 유럽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배터리 팩 생산과 차량 조립을 진행하고 있다. 지리그룹도 지난 3월 스웨덴 볼보 공장을 활용해 자사 브랜드 지크의 유럽형 모델 생산을 시작했다. 기존 유럽 브랜드와 협업해 현지 생산을 실현한 사례로 기술 이전과 일자리 유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관세 부과로 맞불을 놓고 있다. EU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확정관세 초안에 따르면 기존 일반 관세 10%에 더해 추가 관세율을 17.0~36.3%로 정했다. EU의 중국산 전기차 확정관세는 27개 회원국 투표를 거쳐 시행 여부가 최종 결정되며 가결될 경우 오는 10월30일 관보 게재 뒤 향후 5년 간 확정 시행된다. 

EU의 강력한 관세 정책에도 유럽 내 중국 전기차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아름 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유럽연합은 미국과 달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면서도 관련 업체들의 역내 생산 및 투자는 막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일부 국가는 투자를 유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폴리티코는 중국 주요 전기차 제조사와 관련 단체가 최근 차량 판매가격과 수출물량을 조정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서를 EU 집행위원회에 잇달아 제출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판매가격 하한선을 설정하고 전체 수출물량도 일정 수준 이상 넘기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율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신사협정' 체결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상하이자동차(SAIC)와 BYD가 각 1건, 지리는 2건의 제안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주EU 중국상공회의소도 별도의 제안서를 냈다. 이는 EU 관세 방침에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폴리티코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협상 시도는 2013년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둘러싼 EU와 중국 간 무역분쟁을 연상하게 한다"면서 "당시 EU는 중국산 저가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나 이후 양측 합의를 거쳐 최저 가격 이상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하는 등 일부 절충안을 채택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중국산 태양광 패널은 유럽 시장을 잠식했고, EU 내 관련 기업들은 사실상 붕괴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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