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금융사고에…은행권 '책무구조도' 제출 서두르나
상태바
반복되는 금융사고에…은행권 '책무구조도' 제출 서두르나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4.08.28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잰 걸음
당국, 조기 제출 금융사에 인센티브
농협銀, 시중은행 중 첫 내부통제위원회 꾸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융사들이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인 책무구조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내부통제 부실을 강도 높게 지적하면서 은행들이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조기 제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은 책무구조도와 관련해 법적 자문을 받고 업무에 따른 책임 소재 범위를 정하기 위한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지배구조법은 지난달 3일부터 시행됐으나 금융지주와 은행에는 6개월의 유예 기간이 부여되면서 이들은 내년 1월 3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란 금융회사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사전 특정해두는 제도로,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구현한다. 해설서에 따르면 책무는 '금융회사 또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준수해야 하는 사항에 대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의 집행·운영에 대한 책임'으로 규정됐다.

책무구조도는 대표이사 등이 마련해야 한다. 책무의 누락·중복·편중이 없도록 책무를 배분해야 한다. 회사 임원과 직원, 책무에 사실상 영향력을 미치는 다른 회사 임원이 책무를 배분받게 된다.

특히 상위 임원(상급자)과 하위 임원(하급자)의 업무가 일치하는 경우엔 상위 임원에게 책무를 배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과거 금융 사고가 터지면 대표이사나 담당 임원들이 '하급자의 위법 행위를 알 수 없었다'며 빠져나갔던 사례가 잦았는데,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라면 상급자의 책무로 특정하라는 취지다.

또한 책무에 사실상 영향력을 미치는 다른 회사 임원이 존재한다면 해당 임원에게도 책무를 배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금융지주회사 임원이 자회사 임원의 내부통제 관련 사항에 부당한 지시를 할 경우 '책무에 사실상 영향력을 미치는 임원'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임원에게 책무를 배분하지 않으려면 책무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표이사 등은 내부통제 총괄 관리 의무를 부여받기 때문에 내부통제 기준 위반이 장기화·반복화하거나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책무구조도의 초점이 '처벌'에 맞춰져 있으며, 개인 직원의 일탈을 일일이 예방하기는 어려운 대신 임원에게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져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논란에 이어 NH농협은행의 횡령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의 질책이 거세지자 책무구조도 도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한편 금융당국이 시범운영 차원에서 10월 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금융사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하면서 업계는 되도록 시범운영 기간 내 책무구조도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시범운영기간 중 금융회사가 제출한 책무구조도에 대한 점검 및 자문 등 컨설팅을 실시하고, 시범운영 기간 중에는 내부통제 관리 의무 등이 완벽히 수행되지 않더라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는다. 

또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통제 관리체계의 시범운영을 하는 과정에서 소속 임직원의 법령위반 등을 자체 적발·시정한 경우 관련 제재조치에 대해서는 감경 또는 면제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사들은 개정 지배구조법에 시행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주주총회일까지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정관에서 감사위원회 또는 위험관리위원회에서 내부통제위원회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면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NH농협은행은 5대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내부통제위원회를 꾸렸다. 농협은행 공시에 따르면 지난 23일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하면서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했다. 그간 농협은행은 대표이사와 관련 임원이 참여하는 내부통제위원회를 두고 있었으나, 규범 개정을 통해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정책 관련 사안을 이사회가 다루고 조직도 설치하도록 했다.

농협은행 지배구조내부규범 개정안을 살펴보면 내부통제위원회는 이사회의 위임을 받아 내부통제 정책을 수립, 승인하는 의사결정기구로서의 역할을 하며 임원과 대표이사가 지배구조법에 따른 내부통제 관리조치와 보고를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 평가한다․ 이후 미흡한 사항에 대해서는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위원회 신설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 시행에 따른 규정개정 부분"이라며 "책무구조도의 경우 시범운영 마감시한까지 철저히 준비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