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한은의 금리인하가 멀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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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한은의 금리인하가 멀지 않은 이유
  •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 승인 2024.08.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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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지난 8월 22일, 금통위가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역사상 최장인 13회 연속, 17개월간 동결이다. 시장 역시 동결에 대한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어차피 내수 부진과 부동산 가격 상승 조짐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금통위원들의 자신감 있는 결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통위 이후 공개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및 글로벌 위험회피심리 변화가 주택 가격 및 가계 부채, 외환시장 상황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점검할 필요’라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었으니, 시장의 예상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금통위는 계속 동결 기조를 이어갈까?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부담과 책임 회피 문제가 8월의 동결로 이어졌을 뿐 실제로 국내외 경제 환경은 금리 인하 필요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9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을 때 한국은행으로서는 이와 동떨어져 장기간 금리를 동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부진이라는 복병

일단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무관한 내적 요인이 있다. 통화정책방향에서도 밝힌 바 있는 내수 부진 문제다. 특히 금통위는 ‘예상’보다 부진한 내수라는 표현을 써서 조만간 자연스럽게 회복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지만, 현재 내수 부진이 자연스럽게 해소되긴 어렵고, 부진의 한 축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높아진 생산 비용과 산업 양극화 등 내수 부진을 초래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데다, 여기에 가계의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작년 가계 이자부담은 30% 이상 늘었는데, 이는 코로나19 기간 늘어난 저금리 변동금리 대출 가계의 소비 여력이 크게 악화되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소득은 크게 늘지 않으면서 국내 가계 순저축률이 내려간 상태다. 수출 회복에 따라 일부 가계의 소득은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소득 증가는 이른바 낙수 효과에 의해 국내 경제 전체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과거 경험을 보면 이러한 과정에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반면, 지난 2년 간 유지되고 있는 국내 투자 부진은 내수 기업과 자영업이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통한 내수 부양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외적인 이유로는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들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유럽의 경우에는 이미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미국의 경우에도 9월 금리 인하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달러화 가치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지만, 주요 선진국의 동시 다발적인 완화 정책 하에서 이탈할 경우 필요 이상, 또는 정부나 기업이 원하는 것 이상의 원화 강세가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원화 약세는 국내 물가 상승과 내수 부진의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의도적으로 원화 약세 정책을 사용할 이유는 크지 않다. 하지만, 이미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원화 강세로 수출이 둔화될 경우 전체 성장률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환율이 내수와 수출 양 측에 미치는 정확한 영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주요국 통화정책과 보조를 맞춰 환율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일 것이다.

글로벌 관점의 동조적 금리 인하는 국내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금융 시장과의 연계를 통해 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만약 미국과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를 인하하고 우리가 장기간 금리를 동결하면 국내 주식시장의 불안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고, 외환시장 역시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국내 증시는 여전히 거버넌스 문제와 금융투자소득세 문제, 나아가 주요 기관투자자의 투자 대상 지역 다변화 경향으로 국내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데, 부동산과 같은 특정 자산 가격 상승을 막는 것이 통화정책의 기본이 되면, 현재까지 유입되던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안정화 여부가 변수

그렇다면, 한국은행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분명 부동산 가격 상승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금리가 초래한 부동산 시장 거품이 관련 프로젝트 금융의 부실화로 이어지고 현재까지 우리 금융시장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에서의 거품 발생은 통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의 가격 상승은 양극화되어 있고, 금융기관은 이미 DSR 기준을 강화해 적용하고 있다. 오르는 지역만 오르고, 살 만한 사람들만 사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이 당분간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전 경험을 되돌아 보면, 2021년 이후 프로젝트 금융 문제는 결국 부동산 시장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 일부 ‘금융기관들의 위험 관리 실패’였지, 가계 부채의 부실화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까지도 해당 프로젝트 금융의 부실화에 따른 충당금 설정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과거와 같은 행태를 반복하기 어렵다고 보면,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다.

물론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무주택자 입장에서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DSR을 강화할수록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힘들어진다.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의 주된 역할은 이러한 형태의 양극화 해소에 있지 않다. 금융시장 안정의 관점에서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앞서 지적했듯 금융기관 행태가 더 문제인 현재 상황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실질적 대응이 가능한 공적 기관은 금융감독원이라고 보는 게 옳다. 또한 장기적 가격 안정화를 위한 공급 증대나 임대주택의 확대 등의 정책은 정부의 일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결국 한국은행은 8월의 동결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과거 경험상 미국 연준은 한번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장기간 완화적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이클 자체의 추세성과 통화정책의 시차 때문이다. 금리 인상이 필요한 일본조차도 증시 급락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인상 시기를 늦추고 있다.

따라서 인하 횟수나 전체 폭은 미국에 비해 작을 수 있지만, 내년까지 보면 한국은행은 적어도 3~4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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