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주가는 단기간 급등...향후 성장 전략 주목해야
엔비디아 실적 부진해도 한국 반도체 업종은 비교적 견조할 듯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잭슨홀 미팅이 마무리된 가운데,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로 옮겨갔다.
지난 주말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실상 금리인하가 확실함을 시사하자, 미 3대지수는 일제히 상승세로 거래를 마감했으나, 26일 오전 아시아 증시는 혼재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이미 충분히 시장에 반영됐다는 인식과 동시에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둔 경계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실적이 9월 이후의 주식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상당히 중요한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엔비디아의 실적은 반도체 비중이 상당한 국내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더욱 주목된다.
시장 컨센서스 훌쩍 뛰어넘을 듯...가이던스에는 주목해야
한국시간으로 29일 새벽 엔비디아의 2분기(5~7월) 실적이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주당순이익이 0.64달러, 매출액이 286억5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가 1분기 내놓은 가이던스(280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 컨센서스는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나, 관건은 시장의 기대치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 여부다.
앞서 지난 1분기 엔비디아는 전분기 대비 262% 늘어난 매출을 기록했고, 주당 순이익 역시 전년대비 4.5배 늘어나는 등 놀라운 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매분기 실적마다 시장 예상치를 훌쩍 넘어선 탓에 시장의 기대치가 더욱 높아진 만큼 시장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앞서 TSMC가 호실적을 발표했음을 감안할 때 2분기 실적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분기 엔비디아 매출액은 TSMC 호실적을 감안할 때 시장 컨센서스와 가이던스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290억~300억달러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주목할 점은 엔비디아가 내놓는 가이던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이 컨센서스를 얼마나 상회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한편 AI 산업과 반도체에 대한 실적 가시성,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실적 가이던스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11월 공개될 3분기 가이던스로 매출액 314억8000만달러가 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 측이 제시하는 3분기 가이던스가 이를 넘어설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단기간 급등한 주가는 부담
다소 우려되는 부분은 이미 엔비디아가 전고점에 가까운 수준으로 주가를 회복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23일(현지시간) 종가는 129.37달러로, 역사적 고점(6월 18일 135.57달러 대비 불과 4.6% 낮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저점인 8월7일 종가 대비로는 30.8% 급등해 단기간 내 주가 급등세가 두드러졌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2023년 초부터 최근 6개 분기 연속 매출·주당순이익(EPS) 서프라이즈를 매우 크게 냈으며, 가이던스도 지속적으로 더 높게 제시해왔고 이번에도 비슷한 그림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만 가격상으로는 단기간 상승해 기대감은 꽤나 많이 반영된 상태로 난이도가 낮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연구원 역시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 확인시 140달러 돌파 시도가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 급등세가 전개될 수 있을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실적 가이던스 상향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을 덜어내고, 모멘텀 강화, 성장 기울기 상승에 대한 확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투자 정점론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잠재워질지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앞서 빅테크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수익 회수 시기 지연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업체들이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밝힌 AI 인프라 지출 확대 계획이 엔비디아의 향후 가이던스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엔비디아 실적 호조시에는 미국 테크주와 한국 반도체주의 시장 주도력이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엔비디아 실적의 경우 어닝콜 과정에서 지속적 성장 전략에 대해 어떠한 비전을 제시할지가 더욱 중요하다"며 "전반적인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피크아웃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주 뿐만 아니라 9월 이후 증시 방향성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실적 부진해도 한국 반도체는 견조할 듯
엔비디아의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한국 반도체주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발표된 3~5월 수출에서 반도체 부문의 수요 회복을 확인했기 때문.
이 연구원은 "그동안 반도체 가격 상승에만 의존했던 수출금액 개선세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반도체 수요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고, 5월에도 수출 물량이 추가적으로 회복됐다"며 "이 경우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 중량 증가(수요 회복)가 맞물리면서 상당 기간 수출 모멘텀 강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미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수출 모멘텀까지 가세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엔비디아의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미 M7 실적, 7월 TSMC 실적 등을 통해 AI 사이클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AI를 둘러싼 내러티브만 한차례 더 훼손될 수 있는 것일 뿐 AI 및 반도체 업황의 업사이클 추세는 유효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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