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 도약 上] 美 반도체법 2년 투자 싹쓸이…"韓, 지원 확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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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강국 도약 上] 美 반도체법 2년 투자 싹쓸이…"韓, 지원 확대돼야"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4.08.14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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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법 시행 2년…韓 반도체 공급망 지위 흔들
업계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돼야" 한 목소리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신축 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미국의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이하 반도체법)이 시행된 지 2년이 흘렀다. 지난 2년여 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TSMC와 인텔,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이 미국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한국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6년째 표류하는 등 각종 규제 속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의 존 뉴퍼 최고경영자는 반도체법 시행 2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반도체법은 미국을 반도체 제조와 연구에 있어 더욱 경쟁력 있는 곳으로 만든 대담하고 초당적인 베팅이었으며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법이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반도체기업들은 25개주에 걸쳐 80개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며 "민간투자 규모는 45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법 2년 되돌아보니

미국의 반도체법은 미국의 인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를 세우도록 하는 법이다. 2022년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서명하면서 시행됐다.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최첨단 프로세서의 5분의 1 가량을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목표가 명시돼 있다. 

반도체법의 핵심은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등에 527억 달러(약 72조원)의 지원금과 ▲첨단시설 및 장비투자에 대한 25% 세액공제 등 '비용지원'이다. 이에 인텔과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을 비롯해 한국과 대만 등 전 세계 수백개의 반도체기업들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 현지 투자를 약속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정부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치열한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텍사스주 투자규모를 기존 170억 달러에서 45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39억 달러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고, 이달 초 4억5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확보했다. TSMC도 지난 4월 애리조나주에 세 번째 팹(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히며 총 투자 규모를 650억 달러로 늘렸다. 이같은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미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 지급으로 화답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인텔에 최대 85억 달러(약 11조7000억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어 4월에는 TSMC에 66억 달러(약 9조1000억원),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약 8조8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인센티브 발표 현황 사진=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EU·中·日·대만도 보조금 공세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인근한 중국, 일본, 대만도 반도체 산업에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3440억 위안(약 65조원)을 조성하고 지원에 나섰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는 1분기 17억50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 점유율도 지난해 4분기보다 0.3%포인트 오른 5.7%를 기록해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3위로 도약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민관을 합해 642억 달러(약 88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대만의 TSMC가 구마모토현에 짓는 1공장 건설비 절반인 4760억엔(약 4조1800억원)을 지원했다. 또 대기업 8곳이 협력해 세운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3300억엔(약 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EU도 반도체법을 제정하고 2030년까지 유럽 내 공공과 민간 반도체 생산시설에 430억 유로(약 64조원)를 지원한다. 현재 약 10% 수준인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만은 사실상 TSMC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대만은 미국이나 EU, 중국, 일본과 같은 보조금 지급 대신 세제지원을 통해 TSMC를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지난해 1월 '대만판 칩스법'을 신설하고 같은 해 8월 관련 시행규칙을 시행했다. 60억 대만 달러(약 2600억원) 이상이면 R&D 투자액의 25%, 첨단 공정용 설비 투자의 경우 투자액의 5%를 세제 감면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TSMC는 이를 통해 연간 1조2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만 정부는 1605㏊(1만㎡)에 달하는 과학단지용 신규 부지와 대만판 실리콘밸리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4년간 1000억 대만 달러(약 4조2600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TSMC는 미국과 일본에선 보조금을, 자국에서도 ‘대만판 칩스법’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연합뉴스

韓 "정부 지원 확대돼야"

한국의 경우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있다. 시설 투자액의 15~25%, R&D의 30~50%를 세금에서 감면해주는 제도로 감면 세율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여야 갈등 국면 속 연장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여당 발의로 현재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연장안의 핵심은 'K칩스법'을 2030년 말까지 6년 연장하는 내용이 뼈대다. 

업계에선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으로 수년 안에 정부와 업계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지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도 최근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산업은행을 통한 17조원의 저리대출과 1조1000억원 이상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 등 금융지원, 연구개발 투자 세액공제 3년 연장 등 세제 지원을 포함한다. 아울러 연구개발 및 인력 양성 지원 확대와 용인 국가산단 신속 진행 등 재정 및 인프라 지원도 병행한다. 

하지만 업계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은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각각 최대 15%, 25%씩 모두 40%를 지원한다"며 "한국은 15% 세액공제밖에 없으니 원가 경쟁력과 이익률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국회에서도 여당과 야당 모두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출신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은 보조금 지급 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도체 특별법과 함께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반도체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첨단 반도체 팹 하나를 건설하는데 20조원가량이 든다면서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감당이 안된다"며 "미국과 일본처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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