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올해 전세계 일일 원유수요량 하향 조정...中 부진 반영
월가 전문가들 "상품 시장 심리 최악...단기 전망 부정적"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경기침체 우려를 딛고 반등에 성공한 글로벌 주식시장과는 달리 원자재 시장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며 경기침체 우려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인 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기흐름을 비교적 정확하게 선반영해 '닥터 코퍼'라고도 불리는 구리 가격은 사상 최고치 대비 20% 하락하면서 시장이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진한 경제 흐름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원자재 시장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리, 최고가 대비 20% 급락...원자재 가격 하락세 지속
12일(이하 현지시간) CNBC는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경제에 문제가 생길 조짐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미 주식시장은 경기침체 공포에서 회복했지만, 원자재 시장은 지난 한 달 동안 고전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취약한 부분이 잠재해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기를 선반영하는 대표적인 원자재인 구리의 경우 지난 5월의 사상 최고치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5월20일 당시 구리 선물 가격은 톤당 1만93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12일 현재 890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불과 석 달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18% 급락한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 산하 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구리 선물 가격 역시 5월20일 파운드당 5.19달러에서 현재 3.98달러까지 떨어지며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반도체와 전기차 등 성장 산업의 핵심 재료인 구리가 견조한 미 경제에 힘입어 수요가 탄탄할 것이라는 기대에 급등했으나, 최근 경제지표가 잇따라 부진하게 발표되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급격히 방향을 튼 것이다.
TD증권의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인 바트 멜렉은 "구리는 경제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을 선반영하는 신호로 간주된다"며 "특히 중국의 부진한 경제가 구리와 석유 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이 일부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으나, 부진한 경제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잇따르면서 구리를 비롯한 상품 시장에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맥쿼리의 상품 전략 책임자인 마커스 가비는 "올해 중국의 구리 수요가 약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 추세라면 올해 약 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가의 경우 최근에는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으로 인해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7월 한 달간 4.45% 하락세를 보이는 등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를 가격에 반영해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2일 낸 월간보고서에 따르면, OPEC은 올해 전세계 원유 수요량을 일일 1억432만배럴로 지난달 월간보고서(일일 1억446만배럴)보다 14만배럴 낮췄다.
OPEC은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량 예측치 하락과 올해 1, 2분기의 실제 원유 수요량 자료를 반영해 올해 원유 수요 증가량 예측치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알루미늄, 납, 아연 등 금속 가격 또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세계 2위 광산 업체인 리오 틴토는 철강 수요가 2020년 최고치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고 밝히며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상품 시장에 고스란히 타격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농산물 가격도 2020년 이후 최저 수준...당분간 약세 불가피
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 역시 극심한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가격은 8월 이후 한 때 부셸당 3.90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두 가격 또한 부셸당 1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 역시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두와 옥수수는 모두 돼지 사료로 쓰이는데, 중국의 내수 부진으로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수요가 줄어든데다, 중국 내 생산으로 중국의 밀과 옥수수 등의 수입이 줄어든 것이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피치 그룹의 상품 데이터 회사인 BMI의 상품 분석 책임자 사브린 채우드리는 "상품 시장의 심리가 정말 좋지 않다"면서 "중국에 걸었던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기 시작했고, 앞으로 몇 달 동안에는 특별히 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삭소방크의 상품 전략 책임자인 올레 한센 역시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기대에 한참 못미치며 경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면서 "단기적인 전망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상품 시장 투자자들은 오는 14일 발표 예정인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대기하며, 8월 말 예정된 잭슨홀 미팅에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위원들이 경제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지켜보고 있다.
멜렉은 "우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베이시스포인트(bp) 인하를 예상하고 있지만, 수요일 발표 예정인 CPI에 따라 50bp 인하도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시장이 이를 반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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