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 퇴직연금 시장 경쟁 심화…은행권 '주도권 잡기'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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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조' 퇴직연금 시장 경쟁 심화…은행권 '주도권 잡기' 사활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4.08.08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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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점유율 1위 은행…고수익률로 추격하는 증권사
10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에 '머니무브' 긴장감↑
은행권 '고객잡기' 분주…상담 채널 강화·AI 운용 서비스 개발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성장세를 보이자 은행권들은 상담 서비스 강화, AI운용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등 고객 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94조 2832억원으로 400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전분기(385조 7521억원) 대비 8조 5311억원(2.2%)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퇴직연금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2006년 1조원에 못 미쳤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6년 147조원으로 늘었고, 2019년 20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2020년 256조원, 2022년 336조원, 지난해 382조 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퇴직연금 시장이 연평균 약 9.4% 성장해 10년 후 약 940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기준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전분기보다 2.4% 늘어난 207조 19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5%로 금융권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어 증권사 94조 512억원(23.8%), 보험사 93조375억원(23.5%) 순으로 나타났다.

적립금액에서는 은행이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증권사가 높은 수익률을 내며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기준 증권사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7.11%에 달한다. 이는 은행권(4.87%)은 물론 전체 업권의 평균 수익률(5.26%)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고수익률을 바탕으로 올해 1분기에서 2분기까지의 증권사 적립금 증가율은 3.7%를 기록했다.

특히 오는 10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 상품을 옮기려는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투자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한 채 옮길 수 있는 제도다.

그간 가입자들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계좌로 옮기려면 기존 계좌의 투자 상품을 모두 매도하고 현금화하거나 만기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시간 소요 등으로 인한 부담이 줄어들게 된 셈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상담 서비스를 강화하고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등 경쟁력 확대에 돌입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일 분당PB센터지점에 연금 VIP고객을 위한 전문 대면상담채널 ‘연금 더드림 라운지 분당’을 오픈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5개소 설치했다.

‘연금 더드림 라운지’는 1억원 이상 개인형 퇴직연금(IRP) 또는 확정기여형(DC)를 보유 중인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연금자산 종합컨설팅, 은퇴 전후 재무 설계, 절세방법 등 세무 상담을 포함한 1대1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 상담채널이다.

신한은행도 전문적인 은퇴자산관리 상담을 기반으로 고객의 은퇴 이후 솔루션을 제공하는 ‘신한 연금라운지’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일 수원시에 연금라운지를 열었고, 8일(이날)과 12일에는 각각 울산시와 서울시 강남지역에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시 노원·경기도 일산 지역에 2개 채널을 오픈한 바 있다.

'신한 연금라운지'도 PB출신 연금 전문가 및 퇴직연금 전문상담직원이 연금 종합컨설팅, 주택연금 상담, 건강보험료 및 세무상담, 노후자산관리 등 연금 솔루션을 제시하는 특화 채널이다.

추가 오픈하는 연금라운지는 유언장 작성 및 유언대용신탁 상담, 은퇴준비 교육 및 퇴직연금 특화상담 등 각 지역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특화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개인 맞춤형 은퇴자산관리 전문센터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 오픈한 대전연금센터 포함해 전국의 13개 연금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이하 RA) 도입도 앞두고 있다. AI 퇴직연금은 알고리즘 기반의 RA에 자산 투자 판단을 일임하는 것이 핵심이다. 퇴직연금을 AI에 일임하는 상품은 과거 합법 여부가 불명확해 시장의 혼선을 야기해왔다. 이에 정부가 작년 7월 AI 퇴직연금 투자 일임을 '규제 샌드박스'로 허용키로 하면서 은행권도 관련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달 중 현물이전 관련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오는 9월 중 종합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쿼터백자산운용, 콴텍투자일임과, 하나은행은 핀테크기업인 파운트투자자문 등 4개사와 RA 활용 퇴직연금 서비스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NH농협은행도 지난 7일 미래에셋자산운용, 디셈버앤컴퍼니, 콴텍투자일임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RA를 활용한 퇴직연금 일임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김용욱 농협은행 투자상품·자산관리부문 부행장은 “최근 퇴직연금 고객들의 수익률이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업체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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