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후에도 상환 못하면 은행은 손실처리
은행권 중기대출 연체율...6개월새 0.37%→0.432%
정책금융 투입했지만 대위변제금 1년새 1조 ↑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정부가 티메프로부터 정산지연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판매자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대출(신한·우리·하나)과 선정산대출(SC제일·KB국민·신한)의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를 유예하는게 골자다.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중진공, 소진공 등 정책 금융 기관들은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으로 신규 자금도 대출해주기로 했다.
판매자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간신히 목숨만 연장시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금을 정산해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만기만 늘린다고 대출금 상환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이들에게 대출을 내준 은행권은 만기 연장 후에도 원리금을 상환받지 못하면 고스란히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안그래도 은행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여신 건전성이 더욱 악화하는 것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티메프의 정산 지연 규모는 2745억원이다.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지난 6~7월 거래분까지 포함하면 미정산 규모는 최소 8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7일부터 판매자들의 기업대출 만기를 최장 1년 연장하고 이자를 유예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은 피해 기업들의 선정산대출 만기를 각각 6개월, 3개월 연장하고 이자를 유예한다.
KB국민·SC제일·신한은행이 올해 초부터 지난달 25일까지 티메프 판매자들에게 신규로 내준 선정산대출은 총 3855억원이다. SC제일은행 3649억원, KB국민은행 203억원, 신한은행 3억원 순이다. 지난달 25일 기준 남은 대출금은 SC제일은행이 150억원, KB국민은행 26억원, 신한은행 300만원이다. 선정산 대출은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 대금을 대출 형태로 먼저 지급받고, 플랫폼에서 판매대금을 받으면 은행에 대출을 상환하는 구조다.
티메프가 판매대금을 지불하지 못하면 은행들은 위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손실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는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해 정산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투자자를 찾진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이번 대책은 티메프로 피해를 본 판매자들에게 원금과 이자 상환을 연장해주는 것"이라며 "유예와 연장을 이어가다가도 해결책이 없어 마지막까지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여타 대출들과 똑같이 매각을 하든 상각을 하든 부실 채권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은 3개월 이상 대출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한다.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해 장부에서 아예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 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매각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들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37%에서 상반기 말 0.432%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이 0.304%에서 0.332%로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가파르다. 은행별 중기대출 연체율은 KB국민은행 0.25%→0.39%, 우리은행 0.29%→0.39%, 신한은행 0.32%→0.36%, 하나은행 0.38%→0.4%, NH농협은행 0.61%→0.62%다.
당국은 정책 금융 기관까지 동원해 판매자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은 신보 지점에서 특례보증을 신청하면 보증심사 후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내주는 협약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판매자들이 긴급경영안정자금(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우대 심사한다. 유동성 공급 규모는 기업은행-신보 3000억원, 중진공·소진공 2000억원이다.
티메프가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정산해주지 못하면 이 대출금은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야(대위변제) 한다. 이는 곧 정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신보의 대위변제 액수는 1년 새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신보가 전 금융권에 대위변제한 금액과 건수는 지난 2022년 말 1만8596건(1조3355억원)에서 지난해 말 4만5744건(2조2709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중 기업은행에 대한 대위변제는 3876건(4171억원)에서 8531건(6419억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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