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은 매냐 비둘기냐"...엔화 변동성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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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은 매냐 비둘기냐"...엔화 변동성 더 커졌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4.08.08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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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리인상 시사 후 금융시장 휘청이자 빠르게 진화
이후 통화정책회의 요약에서 금리인상 필요하다는 위원들 판단 확인
"일본은행 속내 파악 더 어려워졌다...불확실성 증폭"
엔화 변동성도 더 커져 
일본 금융시장이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금융시장이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일본증시가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일본은행의 속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지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 엔화는 물론 일본증시의 변동성 또한 극심해진 모습이다. 

변동성 커진 엔화...일본증시도 하락과 상승 반복 

장 초반 한 때 2%대 하락세를 보였던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낙폭을 빠르게 줄여가더니 0.2% 소폭 상승한 채로 오전 장을 마쳤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진 것이다. 이는 엔화의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31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일본 단기금리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12월 이후 15년 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현재의 실질 금리가 극히 낮은 수준에 있는 점에 입각하면 이번에 제시한 경제와 물가 전망치가 실현될 경우 계속 정책금리를 올려 금융완화 수준을 조정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 추가적인 금리인상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매파적이었던 우에다 총재의 발언 이후 엔화는 빠르게 절상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지역에서 저렴하게 돈을 차입해 금리가 더 높은 지역의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방식을 말한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초저금리를 유지해 온 국가로, 사실상 엔화를 빌리는 데 이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CNN은 "이자가 없는 엔화를 대출받아 미국 국채에 투자해 5% 이익을 거두는 것은 안하면 이상한 일"이라며 "이밖에도 엔화를 빌려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술주나 대만 주식, 멕시코 페소화 등 신흥시장 통화에 투자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해외 언론들은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수천억에서 수조 달러 규모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했고,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마저 시사하자 엔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아서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빠르게 청산됐다. 이것이 일본 및 국내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대혼란으로 이끈 것이다. 

박상현 IM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글로벌 증시 폭락 사태에는 엔화 초강세발 유동성 충격이 큰 역할을 했음은 자명하다"며 "조기 금리인상까지는 어느 정도 시장이 예상했지만 추가 금리인상까지 언급한 우에다 총재 발언에 시장이 화들짝 놀라면서 엔 초강세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매냐 비둘기냐...불확실성에 떠는 시장"

패닉에 빠진 시장에 놀란 일본은행은 재빨리 수습에 나섰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7일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추가로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는데, 이에 엔화는 빠르게 안정되며 달러당 144엔대 중반에서 거래되다가 147엔까지 약세폭을 확대했다. 이에 일본 닛케이 지수 역시 7일 1.2% 상승하는 등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8일에는 7월 통화정책회의의 주요 의견이 발표되면서 또다시 엔화 및 일본증시는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통화정책회의의 주요 의견에서 일부 위원들인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이유로 정책 금리 인상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의원들은 소폭 인상은 긴축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급격한 인상의 필요성을 피하기 위해 적시에 금리를 인상해야 함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중립 금리 수준이 최소 1%라고 주장하는 등 상당수의 위원들이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장은 재차 혼란에 빠졌다. 장 초반 엔화가 달러대비 강세폭을 확대하며 재차 146엔을 하회했고, 일본 증시는 이로 인해 2%대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일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으로 일본은행의 강한 매파적 색채가 일단 수정됐으나, 7월 통화정책회의의 주요 의견으로 단계적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발언이 나왔다"면서 "이에 일본은행이 매인지, 비둘기인지 알 수 없게 됐으며, 시장에는 당혹감과 기대가 뒤섞여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은행의 속내를 알 수 없어지면서 엔화와 닛케이 지수의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 

미즈호리서치의 사카이 사이스케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조건이나 일본은행의 방향성을 잡기 어렵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일본은행의 의중이 시장에 완전히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행에서 방어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신문은 "'일본은행 리스크'를 떨쳐내기 어려운 시장의 불안감을 보여주듯이, 하락장에서도 상승한 종목들은 철도나 전력, 식품 등의 방어주가 대부분이었다"며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졌다"고 언급했다. 

"엔화 변동성 장세 당분간 불가피"

국내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엔화를 둘러싸고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신윤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엔화 가치 정상화에 달려있다는 진단 하에 남은 하반기에도 엔화의 절상 모멘텀은 유효하다고 판단한다"며 "엔화 강세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본의 내수 기반 경제 성장에 따른 엔화 자체 모멘텀 개선이 나타난다면 추가 절상 압력이 크게 더해질 여지가 존재하고, 이 경우 다시 한번 엔화를 중심으로 한 변동성 확대 구간이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엔화 절상에 따른 환차손에도 불구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자본 차익 기대감으로 아직 포지션이 정리되지 않은 자산군이 존재한다"며 "일본 경제 자체의 모멘텀에 따라 엔화 절상 속도가 빨라진다면 해당 자산군에서 자금 유출이 확대될 것이고, 이로 인한 자산 가격 하락은 위험 자산 회피 심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에 경제가 휘둘리는 현상을 뜻하는 폴리코노미 현상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일본은행이 조기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현 기시다 총리 연임을 위해 엔화 강세 전환이 필요했던 점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 이후 일본 금융시장이 극도의 혼란으로 휘청이자 일본은행 부총재가 진화에 나선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폴리코노미발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이를 언급하며 "무엇보다 폴리코노미 현상 강화 속에 경기마저 침체 리스크에 직면하는 경우에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경험할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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