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이예한 기자] 코스피가 5일 9% 이상 급락하며 장중 2500선이 무너졌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 확산에 따른 매도세로 '검은 금요일'을 보낸데 이어 이날 전 거래일 보다 더 큰 낙폭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는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400선, 680선까지 밀리고 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의 코스피200 선물 투매가 이어지면서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급락해 프로그램호가 일시효력정치(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브레이크가 발동된 건 코스피가 5.34% 급락했던 2020년 3월 23일 이후 약 4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 역시 코스닥150 선물가격과 코스닥150지수 변동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지금의 국내 증시 급락은 미국발 경기침체, 이른바 'R의 공포'에 따른 과도한 투매로 봐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나홀로 호황을 보이던 미국의 실물 지표가 예상밖으로 하락한데다 엔비디아, 인텔 등 기술주의 주가 급등세 대비 실적 우려가 겹치면서 급락했지만, 9월 미국의 금리 인하 등 추세적 호재가 예정돼 있어 추세적 하락 국면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패닉 국면으로 일시적으로 더 내려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바닥이라고 하기에는 시장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는다"며 "전반적인 자금 시장 자체가 요동치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확산과 더불어 중동의 확전 우려도 커지고 있는 점도 증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최고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이후 주말 사이 서안지구 공습을 단행했다. 블룸버그는 "중동 갈등이 심화하면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시장에 리스크 요인이 추가될 것"이라고 짚었다.
증권가는 국내 증시가 곧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단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상황이라며 보유 또는 분할 매수를 권고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5일 "일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렴하게 빌려 미국 빅테크주 등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우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가능성, 중동 지정학적 우려 재부각이 투심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매크로(거시경제) 변수가 불확실할 때 봐야할 것은 수출 지표와 기업들의 실적 방향성"이라고 밝혔다.
신 연구원은 "지금은 일부 지표를 경기 침체 우려로 과도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 수준까지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보유 혹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반등 구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가시성이 낮은 것은 물론,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더라도 지금 당장 액션을 취할 필요는 없고,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는 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유지하되 단 이틀 만에 글로벌 금융시장을 장악한 경기침체 공포심리는 역으로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경기침체 공포가 진정되는 상황에서 9월 금리인하, 연내 3번 금리인하 가능성이 지속된다면 증시에는 우호적인 분위기로 전환될 것"이라며 빅테크주 하락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엔 캐리 트레이드도 1차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실적 대비 저평가 업종 중심으로 대응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면서, 이들 업종이 증시의 분위기 반전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지영 연구원도 "고용시장 냉각으로 인한 미국 침체 진입 불안은 과도한 감이 있으며 최근의 주가 급락도 합리적인 매도보다는 투매에 가깝다"며 잭슨홀 회의와 엔비디아 실적 발표까지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짚으면서도 반도체와 조선 등 이익 모멘텀이 양호한 업종 중심으로 분할매수 전략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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