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진부하게 살기 싫었어, 그뿐이야...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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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진부하게 살기 싫었어, 그뿐이야...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 리뷰
  • 김이나 에디터
  • 승인 2018.07.11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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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더 스미스"의 스티븐 패트릭 모리세이의 실화 영화화
▲ 잉글랜드 이즈 마인 포스터

 

쳇바퀴 도는 게 차라리 편할 수도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지만 쉬지 않고 출구도 없는 삶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이런 삶이 아닌 다른 삶을 내가 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동안 내가 이루어온 최선이라 믿었던 것들이 다 무용지물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쳇바퀴에서 내려오고 싶다. 간절히. 

포스터만 보고 “싱 스트릿” 이나 “원스” 같은 음악 영화로 짐작했던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열정이 고갈된, 나의 삶에 대한 태도를 다시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실존 주인공 스티븐 패트릭 모리세이는 그룹 “더 스미스’(The smiths)”의 멤버였고 많은 영국 밴드에게 영향을 준 아티스트다. 1982년부터 1987년까지 활동한 ‘더 스미스’에서 작사와 보컬을 담당한 그는 한 때 브릿팝의 셰익스피어라는 칭호까지 얻었으며 작가 오스카 와일드와 시인 예이츠에게 영향 받은 섬세하고 시적인 가사를 썼다는 평도 받고 있는 아티스트다.

 

진부하게 살고 싶지 않아

 

평범한 가정, 늘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가족들 사이에서 가족들의 양해 하에 자신만의 공간에서 독서를 하고 턴테이블에 LP를 올리고 듣는 것으로 살아가는 스티븐.

그가 하는 생산적인 일은 자신만의 습작 노트에 가사를 쓰고 음악 전문지 독자 칼럼에 투고하는 정도다. 가사라고는 하지만 멜로디가 붙여지기 전의 글이니 사실 그는 시인인 셈이다.

그러면서 그가 거부하는 것은 진부한 삶이다.

보통 진부한, 상투적, 혹은 상투적인 것이라 번역되는 “cliché”(프랑스어,영어는 cliche)”는 마치 '판에 찍은 듯한' ,즉 남들과 다르지 않은, 판에 떠내듯 똑같이 생산된 것이라는 뜻이다.

이혼 위기의 그의 부모는 그가 지양하는 상투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고 엄마와 여동생은 생존을 위해 쳇바퀴 돌듯 살아간다. 그러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스티븐은 세무사 사무실에서 취직하게 되고 서류 분류나 자료 정리를 하며 틈나는 대로 상투적이지 않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 잉글랜드 이즈 마인 포스터

 

스티븐은 그가 기고하는 글에 댓글을 남겼던 아티스트 ‘린더’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린더의 도움으로 밴드에 합류하고 기타리스트 빌리 등과 함께 무대에 설 기회까지 갖게 된다. 공연은 주목을 받게 되고 런던으로부터 긍적적인 연락이 온다.

그는 상투적으로 살아가는 엄마와 여동생에게 자신은 이제 맨체스터를 벗어나 런던에서 계약을 하고 유명해 질거라고 큰소리를 친다.

그러나 기타리스트 빌리만 새로운 밴드에 합류하게 되고 또다시 맨체스터에 주저 앉는다.

꿈이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것일까. 그 후 오랫동안 그는 히키 코모리의 삶을 이어가고.

그런 그를 걱정하는 부모의 권유로 다시 세상에 나오는 스티븐. 병원에서 허드렛일을 하다 우연히 어릴적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크리스틴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삶에 대한 치열함에 다시 불을 붙인다.

기타리스트 조니를 만나 둘이 중심이 되어 밴드를 만들게 되면서 영화는 끝맺는다.

 

진부하게 살지 않겠다고?  So what?

 

진부하게 살지 않겠다는 것. 멋지다. 그러나 결국 이 영화는 성공한 아티스트에 대한 오마쥬 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물론 그가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고 진부함을 철저히 거부하고 살아갔던 것은 맞지만 지금의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크게 와닿을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열정페이를 무릅쓰고 밑바닥부터 올라가는 아티스트들은 그야말로 눈물과 땀과 한숨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독서량, 창작욕구는 그의 비범함을 돋보이게 하지만 디테일의 부족으로 큰 감동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비범한 아티스트를 따뜻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의 방식대로 준비했다는 것.  결국 그만의 치열함이 훗날 많은 밴드들의 우상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실제로 많은 영국 밴드들, 라디오헤드, 스톤 로지스, 블러, 오아시스 등이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영화는 작은 도시 맨체스터의 풍광을 보여주며, 음악은 모리세이의 음악이 아닌 젊은 시절 그에게 영향을 준 음악들이 잔잔하게 깔린다.  ‘My boy lollipop’, 'Lonely planet boy’, ‘1976’ 등 그 시대의 곡들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카카오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로 감상했음을 밝힙니다)

▲ 잉글랜드 이즈 마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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