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암호화폐 대통령"...우호적 정책 내놓을 듯
두 후보 모두 완화적 통화정책 이어갈 듯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11월 미 대선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과 관련한 두 후보의 입장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식시장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기술기업들, 그리고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히며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암호화폐 등에 대해 두 후보가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해리스가 트럼프보다 빅테크와 더 친밀"
월가 전문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기술기업들에게는 좀 더 친근하고 온화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실리콘밸리 인근의 오클랜드 출신으로 하워드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을 거쳐 1990년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의 지방 검사로 법조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그는 2004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지방 검사장에 올랐고, 2011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 총장으로 선출됐으며, 2017년에는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으로 선출, 정치계에 입문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그녀의 경력의 대부분을 보낸 만큼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과도 더욱 친밀하다는 것이 월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CNBC에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테크 거물들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창업자와 벤처 캐피털리스트 론 콘웨이를 비롯해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회장, 메타의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털(VC) 코슬라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 등이 해리스 부통령을 공식 지지하고 나섰다.
에버코어ISI의 마크 마하니는 "해리스가 바이든이나 트럼프보다 빅테크와 더 친밀한 것 같다"고 언급했으며, 짐 크레이머 CNBC 진행자 역시 "해리스의 정책이 메가캡이나 해외 기술기업들에게는 더 우호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브스 역시 "해리스는 주요 기술회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녀가 캘리포니아에서 정치를 하는 동안 구글과 같은 빅테크와 대체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기술 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했던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 또한 바이든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
CNBC는 "기술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두 분야가 AI와 암호화폐 분야인데, 최근 몇 년 동안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주요 기업들을 겨냥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강력하게 불평한 이들도 많다"고 언급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후보의 열렬한 지지자로 나선 점이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트럼프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J.D밴스의 벤처 캐피털리스트로서의 경력 또한 기술기업들에게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 39세인 밴스는 2013년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벤처 캐피털 회사인 미스릴 캐피털에 입사했고, 이후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성장했다. 이후 2020년 그는 콜린 그리스폰과 함께 나리아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공동 설립했고, 이후 2022년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계로 자리를 옮겼다.
밴스는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한 행사에서 "나는 확실히 개인적으로 기술 분야와 매우 가까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야후 파이낸스는 "밴스는 향후 트럼프와 실리콘밸리를 연결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벤처 캐피털리스트로서의 그의 경력이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은 "밴스는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5년 동안 두 개의 회사에서 일하고, 자신의 벤처 회사를 설립했다"면서도 "하지만 기술 투자와 관련한 그의 행보는 업계 기준에서는 짧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암호화폐에 우호적 인물"
암호화폐 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암호화폐 규제 완화를 강경하게 반대하던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親)암호화폐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암호화폐 대통령이라고 칭했으며, 25일(현지시간)에도 비트코인 컨퍼런스에 참석해 암호화폐 업계의 지지를 얻었다. 그는 27일 예정된 기조연설을 통해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입장"이라며 "지난 2020년 대선에서도 비트코인은 트럼프 당선 베팅 추세와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고, 2024 공화당 강령에서도 가상자산 보호 및 진흥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만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이것이 암호화폐 업계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해리스 부통령은 암호화폐 산업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우호적일지 아니면 적대적일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
포브스는 "암호화폐는 해리스가 이 산업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는 분야"라며 "어떤 이들은 해리스가 암호화폐 분야에 백지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 의해 쉽게 설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억만장자 기업가인 마크 큐반은 최근 폴리티코에 "해리스는 비즈니스와 인공지능, 암호화폐에 훨씬 더 개방적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규제 당국에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맡기기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포브스는 "트럼프의 재선이 여전히 암호화폐 업계에 최고의 결과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지만 해리스의 암호화폐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정책적 입장이 다소 낙관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두 후보 모두 완화적 통화정책 이어갈 듯"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두 후보 모두 완화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2018년 상원의원을 역임할 때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지명하자 상원 전체 인준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인물이었다.
당시 해리스는 "모두를 위한 경제와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시스템에 대한 깊은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칙 강화에 대한 파월의 의지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반대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해리스는 파월 의장에 대한 반대 의견을 보였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파월을 재임명했던 만큼 현재의 연준의 통화정책에 큰 불만을 갖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슈로더의 조지 브라운 이코노미스트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2026년까지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준이 대선 이전에 금리를 인하하면 안된다고 언급한 바 있으나, 비둘기파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의 해당 발언은 대선 이전의 통화정책의 변화가 바이든 행정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브라운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내년 초까지 연준이 금리를 75베이시스포인트(bp) 인하한 후 금리 동결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 인하 후 트럼프의 관세와 이민 정책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으킬 것에 대비해 한동안 기준금리가 동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2026년 5월 파월의 임기가 끝나면 보다 비둘기파적인 연준 의장으로 교체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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