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재판 중인 트럼프에 대해 '검사 vs 범죄자' 프레임 본격화
분열된 유권자 결집 여부가 대선 판도 가를 핵심 의제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과, 사실상의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르다.
78세의 백인 남성으로 사업가 출신이자 전 대통령인 트럼프 후보, 그리고 59세 흑인 여성으로 법률가 출신의 현 부통령인 해리스 후보.
하나에서 열까지 다른 두 후보가 미 대선을 앞둔 지지율 조사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 또한 분열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남성성 강조하는 트럼프...일부 공화당 의원은 "해리스=DEI 후보" 비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을 통해 이번 선거에 대해 '성별 싸움'이라고 언급했다. NBC뉴스는 '인종과 성별의 대립이 부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두 후보의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점도 있지만, 이보다도 인종이나 성별, 연령층의 차이에 유권자들이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강한 남성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열린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후보는 한 쪽 귀에 붕대를 감은 채 제임스 브라운의 "It's a man's, man's, man's world" 노래에 맞춰 등장했다.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는 미 프로레슬링의 전설인 헐크 호건이 자신의 티셔츠를 찢으면서 트럼프 후보를 자신의 영웅이라 부르며 지지를 호소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해리스 후보가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점을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팀 버쳇 공화당 하원 의원은 해리스 후보에 대해 'DEI 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DEI란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Inclusion)을 뜻하는 단어들의 머리글자 조합어로, 사람을 성별이나 인종, 종교, 출신 지역, 연령 등으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버쳇 의원은 해리스 후보가 여성이자 흑인, 인도계라는 배경으로 인해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직을 물려받았다고 비난하며 'DEI'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이다.
이후 케빈 메카시 전 하원의장이나, 리처드 허드슨 공화당 의회 위원회 의장 등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성별과 인종에 초점을 맞춘 발언을 삼가라는 경고를 잇따라 내놓으며 흑인 및 여성 유권자를 의식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트럼프 재임 기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에 대해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거침없이 해왔던 만큼, 이번에도 트럼프 후보의 여성에 대한 공격적인 성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언론들의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자신과 경쟁하거나 자신을 비판하는 여성에 대한 인신 공격에 주저함이 없었다"며 "수년간 성별과 인종에 대한 거친 언사를 이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학력 유권자나 여성의 상당수를 멀어지게 했고, 이번에도 그러한 행태가 반복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치 매체인 폴리티코 역시 "해리스를 상대로 비슷한 공격을 이어간다면 이번 선거에서도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리스, 재판 중인 트럼프에 대해 '검사 vs 범죄자' 프레임 본격화
검사 출신의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의 범죄자 프레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해리스 후보는 2004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샌프란시스코 지방 검사장에 올랐고, 2011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해리스 후보는 23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각종 중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에 대해 "트럼프는 34건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다"고 언급, '검사 vs 범죄자' 프레임을 본격화했다.
해리스는 자신의 검사 경력을 거론하고, 트럼프의 유죄 판결을 언급하면서 "나는 도널드 트럼프의 유형을 잘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해리스 후보를 공식 지지하고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해리스 후보가 인종 및 성별로 인한 특별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힐러리 전 장관은 23일 NYT 기고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은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된 최초의 흑인이자 남아시아계 여성으로 특별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나는 강한 여성 후보들이 미국 정치의 성차별과 이중잣대를 뚫고 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은 정치계에 종사하는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 만성적으로 과소평가되고 있지만 이 순간을 위해 잘 준비돼 있다"며 "한 쪽에는 유죄를 선고받은 범죄자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노련한 전직 검사이자 성공한 부통령이 있다"고 언급, 해리스 부통령을 극찬했다.
분열된 유권자 결집이 대선 판도 가를 핵심 의제
일각에서는 성별과 소수 인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우대 조치가 일반 유권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정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J.D밴스가 저자인 '힐빌리의 노래'는 저임금 백인 노동자들의 공동체 파괴를 다루고 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힐빌리의 저임금 백인 노동자들은 흑인들과 유사한 사회·경제적 속성을 공유함에도 피부색이 하얗다는 이유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이들 노동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이유는 기후 변화나 소수 인종 우대같은 민주당 의제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뉴노멀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젠더, 소수인종, 장애인, 국가 유공자 대상 적극적 우대조치는 파이가 줄어든 일반 유권자들의 불만과 정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불평등과 저성장 국면의 극복, 정체성 정치로 유권자들을 어떻게 결집시킬지는 이번 대선 판도를 가를 핵심 의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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