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존폐위기에 몰렸다.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배상책임 보험료 부담 탓이다. 대부분 스타트업 단계인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연 4000만~5000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선뜻 감당하기 벅차다고 말한다. 절반 가량의 업체들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아예 사업을 접는 쪽을 택하고 있다. 보험 가입 여부가 사업연속성의 가늠자가 된 셈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이날까지 보험가입을 결정해 금융감독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사업자는 인터넷과 연결된 핫월렛 보유자산의 최소 5% 혹은 5억원 이상을 보상하는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평균 보험료는 5억원의 9~10%인 4000만~500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곳은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준비금은 회계 기준상 이익잉여금으로 적립해야 하는데 이익잉여금이 있는 곳은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 뿐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모든 사업자가 사실상 준비금 대신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준비금을 적립하지 않거나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되고 영업을 지속할 수 없다.

현재 국내 원화마켓·코인마켓 거래소 11곳이 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영업 종료를 알린 상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결국 가상자산사업자용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를 포기한다는 의미”라며 “아직 영업을 종료하지 않은 11곳 외에도 갱신을 포기하는 곳이 다수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3년마다 VASP 라이센스를 갱신해야 한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는 총 37곳이다. ▲코인마켓·원화마켓 거래소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빗썸, 고팍스, 플라이빗, 지닥, BTX, 프로비트, 텐앤텐, 포블, 후오비코리아, 코어닥스, 플랫타익스체인지, 한빗코, 비블록, 비트레이드, 오케이비트, 빗크몬, 프라뱅, 코인엔코인, 보라비트, 케셔레스트, 에이프로빗, 오아시스, 큐비트, 코인빗과 ▲커스터디(수탁)·가상자산 지갑·운용·예치업체인 한국디지털에셋(KODA),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오하이월렛(헥슬란트), 마이키핀월렛, 하이퍼리즘, 카르도, 델리오, 페이코인, 베이직리서치, 인피닛블록이다.

이 중 비블록, 포블게이트, 에이프로빗, 마인드시프트, 프라뱅, 코어닥스, KDAC, 고팍스는 삼성화재의 배상책임보험에, KODA와 플라이빗은 KB손해보험, 인피닛블록은 DB손보의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가디언(오아시스)과 차일들리는 아직 가입을 결정하지 못했고 헥슬란트는 준비금으로, 플랫타는 보험 미가입으로 가닥을 잡았다. 플랫타는 지난 18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시스템 점검을 진행 중이며 거래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하이퍼리즘은 라이센스 갱신을 안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가상자산 커스터디 업체 대표는 "현재 보험에 가입한 거래소가 12곳, 기타 업체가 6~7곳 정도로 파악된다"며 "총 20군데가 안 되니 전체 37곳 중 절반가량이 문을 닫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VASP는 취득 자체도 어렵지만 갱신하기도 만만치 않다. 빤히 갱신이 안될 것으로 예상되면 큰 돈을 낭비하면서까지 가입할 필요가 없다”며 “이번 보험가입이 사업연속성의 가늠자가 되는 셈이다. 물론 엉망인 업체는 시장에서 탈락시키는 게 맞지만 혹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다 태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