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고율관세·감세·반이민 정책은 인플레 압력 높일 수 있어
인플레 관련 바이든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해리스에게는 약점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접전을 펼치고 있다.
당초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결정 직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해리스 부통령이 이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섰다는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두 대선 후보는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고령과 젊은 층이라는 외양적인 차이는 물론,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에 있어서도 극과 극의 성향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해리스 부통령,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
2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여론조사 업체인 입소스가 공동으로 조사한 대통령 후보 지지율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양자 대결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4%로, 트럼프(42%)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제 3의 후보까지 포함한 다자대결에서도 해리스 42%, 트럼프 38%, 그리고 무소속(케네디 주니어) 8%로, 해리스 부통령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11월 대선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리스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그가 내놓는 정책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주요 해외 언론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2인자였던 해리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의 핵심인 '바이드노믹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급등한 인플레이션 완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각종 정책을 통해 미국의 재정적자를 줄이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 법안이다.
해리스 후보 역시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는 팬데믹 여파로 치솟은 물가를 억제하는 것이었고, 해리스 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해온 인물"이라며 "해리스는 지난 주말에도 '휘발유 및 생활 물가를 낮추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고율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했다.
FT는 "해리스는 트럼프가 주장하는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라며 "고율 관세가 결국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의 비용을 높여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책은 인플레 압력 높일 수 있어
해리스 부통령이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고율 관세 부과, 감세 정책, 반이민 정책 등은 모두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들로 꼽힌다.
앞서 지적했듯이 고율 관세 정책은 수입 상품의 비용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감세 정책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크게 확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감세에 따른 세수 결손과 적자 재정 충당을 위해서는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이는 자연스럽게 물가와 시장 금리를 추가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트럼프 집권시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적자로 인해 연간 2조달러 이상의 국채 공급 증가가 예상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시장금리의 상방 우려를 키우는 것은 물론, 재정 건전성 약화 및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을 높인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이민자 추방 등 반이민 정책이 저임금 노동력 공급을 줄이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했다.
CBS뉴스는 "경제학자들은 이민자 추방으로 인해 저임금 노동력 공급이 줄고, 고용주들로 하여금 고임금을 지불하도록 유도해 또 다른 가격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무디스애널리틱이 지난 6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올해 3.0%에서 2025년 3.6%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에 대한 낮은 평가는 해리스에게는 약점
유권자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물가 안정책에 대해 낮은 점수를 주고 있는 점은 바이든 행정부의 2인자인 해리스 후보에는 상당한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들은 일자리와 경제에 대한 바이든의 대처에 대해 51%대 39%로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언급하며 "유권자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경제와 물가에 대해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기록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팬데믹 이후 놀라운 경기 회복을 보여줬지만,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 급등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노선을 그대로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부정적인 인식이 해리스 후보에게 고스란히 옮겨갈 수 있다는 것.
NYT는 "몇몇 분석가들은 해리스가 유권자들의 바이든에 대한 부정적인 경제 평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그녀만의 새로운 경제 정책 비전을 제시하면서 트럼프와의 차별화에 다시 초점을 맞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부정적인 인식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지지율로 인한 것이며, 해리스 부통령과는 별개의 흐름일 수 있다는 것.
싱크탱크 루스벨트연구소의 엘리자베스 판코티는 "우리는 '바이든플레이션'이라고 말할 뿐, '해리스플레이션'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정말로 그녀가 국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시기로, 일부는 해리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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