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FIT는 FIT가 아니다…수익성 보장도, 절차 간소화도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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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FIT는 FIT가 아니다…수익성 보장도, 절차 간소화도 미흡
  • 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장
  • 승인 2018.07.09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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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가능에너지 지원 제도(RPS) 개선책의 효과는? ②

 

정부는 과연 지붕과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올릴 의지가 있는가?

 

▲ 신동한 소장

[오피니언뉴스=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장] 지난 6월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 개선 방안을 확정하고 개정된 RPS 고시를 26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개정 고시에는 당초 개선안에서 제시했던 가중치가 그대로 확정되었으며, 태양광 발전 산업계의 반발을 샀던 임야 태양광의 가중치를 0.7로 줄이는 대신 3개월 이내에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경우까지는 유예해 주기로 하였다. 또한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때 설비용량의 50%까지만 적용하던 가중치 1.5를 설비용량 전부(100%)로 확대하였다.

 

이번 RPS(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고시 개정의 가장 큰 특징은 이른바 ‘한국형 FIT(Feed in Tariff, 기준가격의무매입제)’의 도입이다. 말은 FIT를 내세웠지만 실제는 현재 RPS 방식을 적용하되 소규모 발전사업자에게 수익성을 보장하고 절차를 간소화하여 FIT와 같은 효과를 내겠다는 표현이다. 대상이 되는 사업자는 30kW 미만의 일반사업자와 100kW 미만의 협동조합 또는 농축수산어민이다.

 

산자부는 해당 사업자들이 생산한 전력을 전년도 상·하반기 장기고정가격입찰 낙찰평균가 중 높은 값으로 매입하기로 하였다. 또한 개별 사업자의 입찰 참여를 간소화하여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사업자의 신청을 받아 고정가격을 보전해줄 공급의무자를 배정해 주기로 하였다. 현재의 장기고정가격 구매제도와 비교하면 매입 가격이 미리 정해진다는 점과 직접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도가 개선된 셈이다.

 

이 제도의 성패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달렸다. 특히 전력 소비자가 개별 주택의 지붕이나 옥상에 자발적으로 태양광 발전기를 올리도록 장려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는 소규모 분산성이 특징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생태계는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인 다양한 소생산자의 참여를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 태양광 집전판

 

본래 FIT를 시작한 독일의 경우 태양광 발전은 지붕과 옥상 등 주택용 지원에서 시작하였다. 우선 1990년 독일 정부는 ‘재생가능에너지 전력망접속법’을 통해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모든 주택의 전기를 가정용 전기요금의 90%로 사들이도록 의무화했다. 1994년 아헨 시는 조례를 만들어 부족한 생산비를 보전할 수 있는 가격 지원을 시작했고, 마침내 2000년 연방 정부에서 생산가 보전 비용으로 모든 태양광 발전 전기를 매입하는 재생가능에너지법으로 완결되었다. 오늘날 독일의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가능에너지원 발전이 30%를 넘어선 것은 온전히 FIT 제도의 덕분이다.

 

독일에서 주택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려면 건물이 문화재 보호나 자연보호구역으로 인한 규제가 있는지를 점검하고, 그 밖의 주택은 지자체의 건축물 규정만 따르면 된다. 발전소를 설치하고 나면 연방통신망청(BNetzA, 전력과 통신·가스망 종합규제관리)에 등록한다. 이 등록은 인터넷으로 운영자의 이름과 주소, 이메일 주소, 발전소 소재지, 용량, 운전개시일만 기재하면 된다. 그리고 연방통신망청의 등록증을 첨부하여 해당 지역 전력망사업자(우리나라의 경우 한전)에게 발전소 등록을 하면 이후 전력망사업자에게서 FIT에 의한 기준가격으로 판매대금을 받게 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좀더 절차가 복잡하다. 한전에 전기를 판매하려면 우선 전기사업법에 의한 발전사업자로 등록을 해야 한다. 이어 해당 지자체에 발전소 설치를 위한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발전을 시작한 다음에도 한전에게서 판매대금을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걸로는 생산비를 댈 수 없으니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대형 발전사에 팔아 수지를 맞추어야 한다. 독일에 비해 발전사업자 등록과 인증서 입찰 판매 과정이 추가된다.

 

2017년 현재 약 29만호의 주택이 태양광을 설치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76만호, 2030년까지 150만호의 도시 주택에 태양광을 보급한다는 목표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올해 주택용 태양광 지원 사업에 총 500억원 가량을 준비했다. 약 2만호 정도에 3kW 태양광 설비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다. 이렇듯 보조금 지원 사업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주택 태양광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가격보전 지원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한국형 FIT는 과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촉진할 수 있을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평균 입찰 가격 중 높은 액수는 184,595원으로 주택의 지붕이나 옥상에 설치한 경우 1kWh당 220원꼴이 된다. 이 가격은 소형 발전시설의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한다. 절차 또한 그리 줄어든 것이 없다. 손에 쥐는 것은 별로 없는데 절차는 번거롭다. 사정이 이러하니 아직 선뜻 투자할 마음을 내기가 어렵다.

 

이런 평가가 가혹하다면, 이번 한국형 FIT(사실은 RPS 개선안)를 입안해 국민 참여를 장려하는 산자부 공무원과 한국에너지공단의 담당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 개선안을 만든 여러분, 이 안을 보니 ‘아, 우리 집 지붕(옥상)에도 빨리 태양광 발전기 올려야겠다!’ 이런 생각이 드시는가?

 

신동한은,

서울대학교 기상학과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도시행정학과에서 공부했다. 기후변화에 관해 연구하면서 기저에 깔린 에너지 문제에 천착하게 되었고, 그런 관심의 일환으로 에너지전환연구소라는 개인 연구소를 열었다.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에도 관심이 있어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해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왜 에너지일까?」-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전환 시대의 논리 (출판: 생각비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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