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최근 우리 경제지표를 보면 여러 상반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투자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내수와 외수 부문의 차별화가 대표적인데, 수출 증가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며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소비와 투자의 부진, 높은 물가에 따른 체감 경기의 악화가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수출과 경상수지 측면은 상당히 긍정적인 흐름이 관찰된다. 수출의 경우 작년 11월 이후 꾸준히 전년동월대비 (+)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고,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흑자와 적자를 넘나들던 월별 경상수지도 올해 들어서는 4월을 제외하고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분기 중 수출은 두자릿 수 증가율로 올라섰으며, 5월 경상수지 흑자는 90억달러에 달해 21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수입 증가율의 의미
하지만, 이러한 경상수지 흑자의 이면에는 내수 부진이 내포되어 있다. 수출이 잘 되고 있다는 점 외에도 수입금액이 줄어든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는 흑자이기 때문이다. 전년동기대비 수입금액 증가율은 작년 3월 이후 지금까지 올해 4월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내수 소비와 투자의 부진을 반영한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잘 팔기도 했지만, 안 쓴 것이다.
실제로 국내 소비와 투자 지표는 경상수지 흑자의 증가의 이면에 있는 내수 부진을 잘 보여준다. 높아진 물가에도 불구하고 경상 소매판매액은 올해 들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별로 늘어난 것이 없는 상태다. 상반기 내내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이다.
더 문제는 투자다. 설비투자지수를 살펴보면, 1월에는 그나마 작년의 부진을 반영해 소폭이나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2월부터 5월까지는 연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고, 5월에는 그 수치가 -5% 대로 커진 상황이다. 작년 5월부터 연말까지 설비투자지수증가율이 계속 마이너스 증가율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부진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일단, 강(强)달러로 인한 수출과 내수의 차별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강달러는 수출 기업들에게는 유리할 수 있지만, 내수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즉, 원화 약세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력 하락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비용의 증가가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었을 수 있다.
또 다른 중요 원인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주요국의 기업 유치 경쟁이 인해 주요 기업들의 해외 생산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지난 수년 간에 걸쳐 우리나라의 노동비용과 지대, 이자 비용은 일본에 비해 높아진 상태인데, 이러한 점이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데 부담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혼돈기의 성공 투자전략은
그렇다면 이러한 점은 투자자에게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이러한 경제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은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업들은 경제 변동성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헬스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일부 기업들은 이러한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부 주요 산업의 대기업들은 해외로의 생산 기지 이전으로 전반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내수 기업들은 생산비 절감을 위한 해외 생산에도 불구하고, 수요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내수가 부진하면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과거 일본의 사례를 보면 높아진 생산 비용 하에서 제조업 공동화가 나타나고, 이 과정에서 내수 부양의 필요성과 경제 상황을 반영한 금리 하락이 이어졌다. 이미 하락한 이후에는 더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겠지만, 금리가 내려가는 동안에는 채권을 통한 수익 증대가 가능하다.
물론 정부 역시 지금의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내수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실시할 것이다. 소비 촉진과 기업 투자 유도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 확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 등을 기초로 한 정책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
또한 강달러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환 관리 및 안정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외환 보유고를 적절히 관리하고, 외환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을 강화해 물가와 경제 전반의 안정화를 꾀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주요국의 기업 유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내수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당연히 기술 혁신과 연구 개발(R&D) 투자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해외로 이탈하는 제조업을 국내에 유치하는 방법, 나아가 글로벌 기업의 국내 유치와 관련된 다양한 인센티브도 마련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결실을 맺는다면 적절한 국내 주식, 채권 포트폴리오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정책들의 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여기에 주식 투자 소득과 관련된 세제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나, 기업 거버넌스 선진화를 두고 나타나는 갈등까지 더해져 있다. 경쟁력 있는 수출 대기업에 대한 투자와 채권 투자, 그리고 글로벌 첨단 기업에 대한 투자로 포트폴리오가 이뤄져 있다면 당분간 바꿀 이유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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