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신탁 시장' 커진다…"규제 완화로 수요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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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신탁 시장' 커진다…"규제 완화로 수요 대응해야"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4.07.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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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 60대 진입…신탁 수요 폭증 전망
국내 시장 초기 단계…규제로 종합재산신탁 힘들어
재산범위 확대·비금융서비스 연계 필요성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신탁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탁은 자산 관리부터 상속, 증여를 포함한 자산 이전까지 가능한 맞춤형 금융상품으로 선진국에서는 대표적인 노후 자산관리 수단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ELS, 퇴직연금 등 금융상품 판매 중심의 특정금전신탁과 부동산신탁이 주도하고 있어 종합자산관리 수단으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합계 출산율은 0.72명까지 하락했으며 내년부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국내 총인구는 2022년 5167만명에서 2072년 3622만명으로 감소하고, 같은 기간 생산연령인구도 3674만명에서 1658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총 인구 중 65세 이상 구성비는 2022년 17.5%에서 2070년에는 46.4%로 증가해 인구의 절반가량이 고령층에 포함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700만명에 달하는 한국의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모두 60대에 진입했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인 1964∼1974년생은 약 954만명으로 이들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11년에 걸쳐 법정 은퇴 연령 60세에 진입한다.

현재 국내 상속신탁 시장은 초기 단계이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노후자산 관리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해 고령층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및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탁 수탁고 규모는 2018년에서 2023년 사이 50.1% 성장했다. 다만 ELS 및 퇴직연금 등 금융상품 판매 중심의 특정금전신탁(39.5%)과 부동산신탁(92.4%)이 주도해 가계자산 종합관리 측면에서의 발달은 미약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특정금전·부동산신탁을 제외한 신탁 수탁고는 2018~2023년 18.3% 성장했으나, GDP 대비 비중은 0.1%p만 상승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신탁 수탁고(1311조원)는 GDP 대비 57% 수준으로, 일본(267%)에 비해 크게 낮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상속신탁이 발달하지 않은 요인은 과거 낮은 고령화 단계, 부동산 중심 가계자산 구성, 규제로 인한 상품 개발·운용 한계 등이 꼽힌다.

일본 대비 베이비붐 세대의 연령층이 젊어 과거 상속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지 않았던 데다, 국내 고령층은 자산 중 상속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부동산 비중이 높아 여유 금융자산 부족으로 상속 수요가 비교적 저조했다는 설명이다.

또 일본과 비교해 신탁 가능한 재산이 제한적이고 합동운용 및 업무위탁 제한 등의 규제가 금융기관의 영업 확장을 저해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7종의 지정된 재산유형(금전,증권,금전채권, 동산,부동산, 부동산관련권리, 무체재산권만 가능) 외에 신탁이 허용되지 않으며, 특히 채무(담보대출 등) 및 보험청구권 등이 금지돼 부동산(주담대 포함)·생명보험 승계가 제한되어 왔다.

이에 더해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는 신탁업자 등의 수탁자가 자신이 역량을 갖추지 못한 분야의 업무를 외부의 전문기관에게 맡기는 업무위탁 행위가 자유롭지만, 국내는 자본시장법과 신탁법의 상충으로 신탁업자가 외부의 전문기관에게 신탁업무 일부를 맡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신탁과 관련한 업무위탁을 허용하고 있지만 주요 업무는 신탁업 인가를 받은 신탁업자에게만 위탁이 가능하고, 국내에서는 주로 금융회사들이 신탁업을 겸영하고 있어 금융회사 간에만 신탁 관련 업무위탁이 이루어진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재산관리 뿐 아니라 후견·세무·법률 서비스 등도 함께 제공되는 종합 생활관리 서비스가 부족하다 것이 금융위원회의 설명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신탁시장 육성을 위한 '신탁업 혁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금융위가 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는 등 규제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사망한 고객을 대신해 보험금을 관리하고 뜻대로 사용하도록 하는 신탁을 말한다.

보험청구권신탁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3분기 중 시행될 예정이다. 

생명보험사들은 직접 신탁업 라이선스를 받아 직접 사업 영위가 가능해 생보업계 내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보험사 중에서 신탁업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등 6개사다. 종합재산신탁이 가능한 보험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으로 이번에 교보생명이 추가됐다. 교보생명은 하반기에는 관련 법률 개정에 맞춰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가 후원하는 미래금융세미나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가 후원하는 미래금융세미나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 밖에도 종합재산신탁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미래금융세미나’에서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탁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과 세제지원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서 연구원은 "고령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종합재산신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수탁가능재산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다양한 비금융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도록 위수탁 혹은 재신탁 등을 유연하게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토론에서 손준범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일본 신탁시장의 현황을 소개하며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리스크는 고려하되 고객 혜택 증대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서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2030년을 전후해 고령화 이슈가 본격적으로 현실회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정부와 금융회사가 합심해 큰 그림에서의 대응 방향과 세부적인 실행안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한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영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금융의 여러가지 상품으로 부를 증식하고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되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 금융당국에서는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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