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 에세이] 쉰세대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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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 에세이] 쉰세대의 다짐
  • 조병수 프리랜서
  • 승인 2018.07.0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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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어느 호텔에서 되살려 보는 “젊은 감성”

 

[조병수 프리랜서] 밀라노 리나테(Linate) 공항근처에 있는 막시호텔에 들어섰다. 지난 4월에 문을 열었다는 그 호텔은 외벽의 보랏빛 네온사인부터가 범상치 않다. 건물 안 1층 한가운데에는 바(bar)가 자리잡고 있고, 흥겨운 음악이 흐른다. 검정색 라운드 반팔 티와 바지차림으로 바텐더 자리에 서있는 여직원에게 물어보니, 그곳이 리셉션이란다.

바의 계산대 자리가 호텔의 프론트 데스크이고, 그 옆쪽으로 조금은 가벼운 느낌의 색다른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진 곳이 식당 겸 라운지를 겸하고 있다. .

아프리카출신이라는 그 직원은 흘러나오는 음악에 리듬을 타면서도 깔끔하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한다. 객실 인테리어도, 독특한 신세대 감각의 색상에다가 고급스런 분위기까지 가미되어 세련된 분위기다. 공항근처임에도 실내에선 전혀 소음이 없는 것이 놀랍다.

가족실 소파베드를 펼쳐 달랬더니, 리셉션 일을 하던 그 직원이 와서 처리해준다. 그때만 해도, “안내원이나 룸 서비스 같은 잡다한 군살을 빼고 알맞은(affordable) 가격을 유지한다”는 그 호텔의 셀프서비스 기조를 몰랐다.

2주간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인지라 ‘공항근처에 있는, 적당한 가격의 새 호텔’이라는 것만 보고 예약한 곳이다. 거기서 우연히, 기존의 호텔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문물을 접하면서 조금은 어리둥절해진다.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밀레니얼세대(millennials: 1980년대 초부터 태어난, 베이비부머의 자녀들)를 겨냥한 메리어트 계열의 중급 비즈니스호텔 체인이다. 2014년에 이태리의 밀라노 말펜사 공항 쪽에 첫 호텔이 개설된 이래 미국, 유럽, 아시아의 대도시 지역 38개 호텔이 성업 중이다. 조만간 26개소 이상이 문을 열 예정이라고도 한다.

이런 혁신적 개념의 호텔 정체성을 창안해낸 경영자들도 대단하지만, 그런 가치관과 마케팅컨셉에 걸맞게 움직이는 세계 각국 출신 종업원들의 자세와 세련된 고객응대태도도 눈길을 끈다. 구성원들의 공감과 역할참여, 그리고 교육훈련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만든다.

 

빠르게 부상하는 신세대 여행자들이나 젊은 감성(younger sensibility)을 지닌 여행자들을 목표고객층으로 한다는 그 호텔의 한쪽 벽면에 이런 글귀가 붙어있다.

“당신들의 부모님을 존경하라. 그분들은 구글 없이도 학교를 졸업했다. (Respect your parents. They passed school without google.)”

 

▲ Moxy Milano Linate Airport 호텔로비 벽면 /사진=조병수

 

요즘 말로 “완전 심쿵”이다. 지도하나 달랑 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쉰세대가, 그 자녀들 세대를 겨냥한 호텔에 내걸린 액자 하나에 그만 마음이 녹아 내린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스쳐가는 이곳에, 그들의 부모님 세대를 향한 자세를 가다듬는 글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탁상용 계산기를 전산기기로 등록하던 시절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의 일원으로서, “그 짧은(?)시간에 세상 참 많이도 바뀌었지···’라는 감회와 함께 만감이 교차한다. 자신들의 바쁜 시간을 쪼개서 부모와 함께 여행길에 나선 딸아이들을 돌아다 본다. 아무래도 젊은이들과 어울리니까 색다른 문물도 보게 되고,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흔히 잘 인용되는 사무엘 울만의 『청춘(Youth)』이란 시에서도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고 했고, 이 신개념 호텔에서조차도 “나이 불문하고 젊은 감성을 지닌 여행자들은 환영”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그 “젊은 감성”을 되살려보는 쉰세대로 자리매김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구글 없이도 학교를 졸업한 세대인데,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까지는 어울리고 부딪혀봐야 되지 않겠는가 싶다. 그 호텔이름 moxy라는 단어의 뜻처럼 “용기”와 “배짱”을 가지고서···.

 

▲ Moxy Milano Linate Airport 1층, lobby bar /사진=조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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