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선택과 집중' 사업재편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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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선택과 집중' 사업재편 나선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4.06.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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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확장적 투자→재무 안정으로 전환
맥킨지 등 컨설팅사 전 계열사 사업성 점검
매각 예정 자산 1년 새 2배로 '껑충'
28~29일 경영전략회의 기업문화 변화 주목
SK그룹이 대대적인 기업문화 개선에 나서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SK그룹이 비주력 사업과 중복투자를 정리하는 등 선제적으로 사업 재편에 나선다. 특히 중복 투자와 실적 부진 등으로 지적을 받아 온 그린과 비아오 분야에서 대폭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 변동 현황(2023년 11월부터 1월까지 기준)에 따르면 SK그룹의 계열사는 213곳으로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다. 삼성(63개), 현대차(67개), LG(64개)의 3배 이상이 넘는 규모다. 롯데(98개), 한화(104개)와 비교해도 2배가 넘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BCG·맥킨지와 전 계열사 전면 재검토 나서

이번 구조조정은 지난해 말 취임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주도 아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해현경장(거문고의 줄을 고쳐 매다)'을 강조하며 경영 시스템 재정비를 예고했던 최 의장은 2000년 주 5일제 도입 후 사라졌던 '토요 사장단 회의'를 24년 만에 부활시켰다. 또 수펙스 임원들은 매달 두 차례 금요일에 쉴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반납하기도 했다. 

또한 최 의장은 수펙스와 지주사 SK에 흩어졌던 투자센터를 통폐합하는 등 효율 경영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계열사 간 중첩됐던 투자 기능을 일원화해 신중한 투자와 미래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 과정에서 인원 감축도 병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 의장은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컨설팅 회사와이 용역을 통해 그룹 주력 계열사 사업성을 진단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 내용을 기반으로 연내 본격적인 계열사 구조조정 및 사업부 재편 작업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맥킨지는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아이테크놀로지(SKIET) 등 이차전지 관련 배터리 소재 사업성 점검을 맡았다. BCG도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 등 바이오 사업 재편과 관련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외에도 SK그룹은 다수의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통해 전 계열사의 사업구조 재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룹의 정유·배터리·석유화학 사업을 이끄는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에너지, SK엔무브, SKIET 등 9개 자회사에 각사 최고경영자(CEO)를 팀장으로 하는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기도 했다. 각사는 재무 건전성을 끌어 올리기 위해 지분 매각, 투자 유치는 물론 사업구조 재편, 투자계획 검토 등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도로 SK그룹이 대대적인 그룹 쇄신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각 예정 자산 1년 새 2배로…확장적 투자→재무 안정으로

SK그룹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군살빼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각 예정 자산이 1년 새 2배 늘어났다. SK㈜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3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각 예정'으로 분류한 자산 규모는 모두 1조3471억원으로 집계됐다. 원매자가 나타나 확정된 자산과 그룹 내부적으로 매각을 결정한 자산 등을 모두 합한 수치다. 

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자산은 반도체소재사업부문으로 9038억원 규모다. SKC가 지난해 10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3600억원에 팔기로한 파인세라믹사업부 등이 포함됐다. 가전사업부문 매각 예정 자산 규모는 759억원으로 SK매직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올해 하반기 롯데렌탈로 매매계약이 완료되는 쏘카(자산규모 904억원)와 수년 전부터 매각을 추진 중인 물류센터 ESR케이만(자산규모 1747억원) 등 SK㈜가 보유한 투자 지분도 매각 예정자산으로 분류됐다. 

확정된 매각 자산의 총액은 2022년 5955억원보다 2.3배 늘어난 1조3471억원으로 불어났다. 차입을 통해 대규모 사업 투자를 단행한 뒤 기업공개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존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적으로 2022년 SK그룹의 총 설비투자(CAPEX)는 35조원을 넘었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겨냥해 SK온의 설비투자가 급격히 늘었다. 2022년 5조원 수준이던 SK온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6조8000억원 규모로 뛰었고, 올해도 7조5000억원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주요 신규 사업 투자 성과는 부진하다. 특히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에너지전환 사업에서 가시적 투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에 반해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SK그룹의 재무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SK온은 실적 부진 등 이유로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부사장)를 최근 보직 해임했고, SK그룹의 투자 회사인 SK스퀘어 박성하 대표이사(사장)도 성과 미비를 이유로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에는 SK에코플랜트의 박경일 사장도 교체됐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K그룹의 2023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83조원으로 확대됐고, 순차입금/EBITDA도 4.2배로 상승했다"며 "특히 그룹 투자가 집중된 배터리 사업(SK온,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이 과중한 수준으로 확대됐고, 환경·에너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한 SK에코플랜트와 투자형 지주회사인 SK㈜도 상당한 수준의 지분투자로 외부차입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1번가와 SK에코플랜트 등 IPO가 당초 계획된 일정 대비 차질이 발생했다"며 "SK온의 상장 시점에도 일부 불확실성이 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온과 SK에코플랜트 등은 전환우선주 등 기존 자본성 자금조달의 투자자들과 IPO와 연계한 약정을 체결하고 있어 향후 IPO의 최종 성사 시점과 기업가치 등이 재무구조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은 오는 28~29일 열리는 경영전략회 등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군살빼기' 경영전략 회의에 쏠린 눈

SK는 오는 28~29일 이천SKMS연구소에서 그룹 경영 전략 회의를 열고 현재 200개가 넘는 계열사 수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공유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최근 경영진 회의서 "이름도 다 알지 못하고 관리도 안되는 회사가 이렇게 많은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질책하면서 "계열사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대폭 줄여야 한다"고 원칙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주력인 정유와 배터리 사업에서 동반 부진에 빠진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설이 주목 받고 있다. SK E&S 수석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최근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을 맡으면서 양사의 합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현실화되면 매출 규모 90조원에 육박하는 자산 총액 100조원이 넘는 초대형 에너직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에너지 분야를 대표하는 중간 지주사로 SK그룹 지주사인 SK㈜가 3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 E&S의 경우 SK㈜가 지분 90%를 보유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향후 관련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 재공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그룹 안팎에선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 SK아이테크놀로지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합병 등의 사안은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 등을 거쳐야 하는 데다 주주들의 반발 등도 예상되는 만큼 여러 방안을 놓고 SK그룹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 조직 문화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SK수펙스, SK㈜,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요 회사들이 도입했던 주 4일제(격주 또는 월 1회), 재택근무 등을 내부적으로 폐지하거나 축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전 9시 이외 시간 출근이 가능한 유연 근무제는 임신 및 육아기 직원들만 허용하고 점심시간 1시간 준수 원칙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별 세부 계획은 28~29일 전략 회의서 공유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달 말 열릴 경영전략회의에선 강한 기업문화 회복 등을 위한 SKMS 실천과 확산을 위한 과제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SKMS(SK Management System)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9년 처음 정립한 SK 경영관리 지침으로 관계사 전 임원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토의를 거쳐 확정돼 이른바 'SK경영 바이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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