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다 갚으려면 30~40년 허리띠 졸라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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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 다 갚으려면 30~40년 허리띠 졸라매야
  • 김현민
  • 승인 2018.06.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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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3,000억유로 구제금융 종료…실업률 21%, 연금 70% 삭감의 고통

 

그리스가 8년간의 기나긴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유럽 채권국 19개국은 지난 21일 브뤼셀에서 만나 그리스 구제금융 종료와 부채 경감 계획에 합의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갈 길은 멀다. 구제금융을 졸업했다는 것은 더 이상 구제금융을 주지 않겠다는 뜻일뿐, 그리스는 빚을 갚기 위해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채권국들의 감시를 수년간 받아야 할 형편이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 예정인 오는 8월 이후부터 그동안 받은 구제금융을 상환하는 절차를 시작한다. 지난 8년간 3차례에 걸쳐 받은 구제금융 금액은 약 3,260억 유로에 해당한다.

따라서 앞으로 더 강도 높은 긴축을 지속해야 한다. 이 많은 돈을 다 갚으려면 앞으로 30~40년 동안 긴축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그리스인들에게 구제금융 종료이라는 의미는 정치적 선인일뿐 생활에 크게 실감나는 조치는 되지 못한다.

그리스 실업률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1.2%로 높은 수준이고, 2019년 도입될 연금 기준은 구제금융 이전인 2010년 대비 약 70% 삭감된 수준이다.

 

▲ /위키피디아

 

코트라 아테네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지난 14일 구제금융 졸업에 앞서 긴축법안을 표결에 붙여 찬성 154표, 반대 144표, 기권(불참) 2표로 가결했다.

이 긴축법안에는 세금 인상, 연금 추가 삭감, 의료 서비스 감축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그리스인들의 연금은 2019년 1월 1일부터 최대 18%까지 추가로 삭감되며, 2020년부터는 소득세 면세기준이 하향조정되고, 2022년까지 공무원 채용 및 지출 부분을 더 엄격히 관리될 예정이다.

공기업도 팔아야 한다. 3차 구제금융에서 협상한 민영화를 통해 2018년 이내 20억 유로, 2019년엔 10억 유로 수입을 얻어 빚을 갚아야 한다. 추가 긴축법안을 통해 연간 약 50억 유로를 절감해 재정 흑자 규모를 확대한다는 것이 그리스 정부의 계획이다.

 

일단 구제금융 종료로 그동안의 자본 통제가 완화된다.

2015년 조기총선에서 시리자(급진좌파연합당) 정부가 정권을 잡았을 때 채권단과의 협상에 실패해 국가부도위기에 처하자 은행예금 인출(뱅크런)이 급속하게 확산되어 은행의 현금 인출을 차단했다. 처음엔 1일 인출 한도액이 60유로로 제한하다가 1주일 420유로, 2주 840유로, 1개월 1,800유로로 점차 완화되었으며, 2018년 2월 2,300유로로 확대되었다.

구제금융 종료 선언 이후 그리스 정부는 7월1일부로 자본통제 추가 완화를 단행해 월 현금 인출 한도는 2,300유로에서 5,000유로로, 해외여행 시 현금 한도액도 2,300유로에서 3,000유로로 조정했다. 일반인 대외송금액 기준도 월 1.000유로에서 2개월 기준 4.000유로로 인상했으며 기업의 대외송금 한도는 월 2만 유로의 2배인 4만 유로 상향 조정했다.

시장의 반응도 좋다.

그리스가 구제금융 종료 소식에 그리스 국채 5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도 각각 23bp 및 16bp 하락하고, 5년물 국채를 연 4.625%에 발행하며 30억 유로를 조달하며 3년만에 국채시장에 복귀했다.

구제금융 종료를 앞두고 대부분의 기관이 2%대 안팎으로 긍정적인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으므로 8년간의 구제금융이 성공적으로 종료될 것으로 기대했다.

 

▲ /위키피디아

 

하지만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의 장기 성장 전망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구제금융 종료 이후에도 추가 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U집행위원회는 구제금융 종료 후에도 분기별로 그리스의 재정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그리스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복귀하도록 강도 높은 감독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구제금융 종료 합의 소식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은 그리스 국민들이 감수해야 할 긴축의 짐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언급했다.

표면적으로만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이며, 그리스는 채권단이 정한 목표에 따라 긴축을 이행해야 한다. 아울러 분기별 채권단으로부터 엄격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

그리스 사회당(PASOK) 게니마타(Genimata)당 대표는 “자금 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된 것”이라며, “종료 후에도 혹독한 긴축을 이행해야 하므로 그리스는 아직 채권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한편 그리스 의회의 긴축법안 투표 전후로 아테네와 테살로니키를 중심으로 그리스 국민들은 추가 긴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올들어 집중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아테네 공공 교통공사, 선박(페리), 철도공사 및 공항공사 노동직들도 노동 조건 악화 등에 저항하며 24시간 파업 또는 태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공병원들도 응급실만 운영하며 국립병원 의사들이 파업 시위를 하고 있으며, 국립학교 선생님과 교수들도 파업에 동참했다.

국가부도 위기에 처해 있던 2012~2013년에 대부분의 시위가 급여를 받는 민간 기업 근로자, 자영업자, 가정 주부 및 농수산업에 관련된 노동자들로 이루어졌다면, 최근 긴축 반대 시위는 공공분야에 속해있는 공무원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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