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임원의 주 6일 근무로 혁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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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임원의 주 6일 근무로 혁신할 수 있을까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4.06.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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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삼성그룹은 현재의 상황을 위기라고 판단,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 계열사의 임원이 주 6일 근무체제에 돌입했다. 모 시사주간지에 삼성의 임원들이 주 6일제 근무를 시행하지만 이는 혁신 창출의 원동력이나 조직의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게재한 후 꽤 많은 직장인 그리고 기업 임원이 그렇지 않다는 반론을 전해왔다. 

흥미로운 일이다. 그들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돈을 많이 받는 임원이 더 많이 기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애플, 인텔 등 혁신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은 국내기업보다 업무강도가 훨씬 더 높다. MZ세대의 근로의욕은 형편없는데 회사가 구조조정을 할 수 없다 보니 전체적으로 위기 조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방위로 퍼지는 임원의 업무 강도 

실제로 기업이 직면한 경영환경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국내 30대 그룹 중 올해 신년사에 비상경영을 강조한 기업은 절반이 넘는다. 그래서일까? 임원의 주 6일 근무체제의 스타트를 SK가 끊은데 이어 삼성이 지난 4월, 그룹 임원에게 주 6일 근무를 명령했다. 이후 다른 기업이 조금씩 눈치를 보며 동참을 선언하는 분위기다. 

이달 들어 삼양그룹이 월 2회 토요일 오전 근무를 선언했으며 포스코 역시 임원에게 부여했던 격주 주 4일제 근무를 다시 주 5일제로 전환한다고 공지한 상황이다. NH농협은행 또한 지난 5월부터 행장 주재 일요일 임원 회의를 재개하면서 주 6일 근무에 돌입했다. 높아진 임원의 업무 강도에 관해 기업은 불가피함을 호소한다.

참고로, SK그룹이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킨 건 24년 만이며 농협은행이 임원 주말 회의를 재개한 것 역시 8년 만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증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심화, 3고(물가, 환율, 금리)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임원의 비상경영을 초래했다. 불확실성은 임원에게 주말이 없는 삶을 몰고 왔다.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불확실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임원이 주말에 모여 회의한다고 과연 혁신을 창출하고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있다. 실제로 위기를 극복하고 지혜를 모아 성과를 일으키는데 임원들의 업무 강도가 필수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그런데 여기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업무 강도는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임원에게 업무 강도를 요구하기 전에 세 가지 점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지금의 위기는 임원의 업무 강도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인가? 둘째, 해결이 가능하다면 왜 모든 임직원이 아닌 임원만 업무 강도를 높여야 하는가? 셋째, 글로벌 기업은 임직원의 업무 강도가 높아서 혁신을 창출하는 것일까?

하나씩 차례대로 살펴보자. 

첫째, 지금의 위기는 기업의 내부역량이 아닌 외부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현재 위기는 한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기술패권 경쟁, 기후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괄하고 있으며 모두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임직원이 전체적인 혜안을 모색하는 것도 아닌 임원이 하루 더 출근한다고 해결될 이슈가 아니다. 

둘째, 정말 업무 강도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면 임원 이외 직원들까지 모두 동참하는 것이 타당하다. 임원의 주 6일제 근무가 퍼지자 직장인들의 블라인드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가 넘쳐났다. 효과를 거두기도 힘든 보여주기식 관행이며 혁신과 창의성에 거리가 먼 제조업 기반 관료적 제도라는 비난도 나왔다. 

셋째, 국내 대기업은 업무 강도를 높일 때마다 애플,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자주 거론한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하던 시절, 끝까지 전화기 개발에 반대하던 스티브 잡스를 애플의 직원이 설득하여 아이폰 개발을 관철시킬 정도로 애플은 철옹성 같던 잡스에게도 반론을 제기하는 문화가 어느 정도 조성되었다. 인텔, 구글 역시 업무강도는 높지만 임직원의 자율성을 늘 조직의 경쟁력이라고 자랑한다. 

사진=연합뉴스

업무 강도 이전에 자율성을 높여야 

미국의 로체스터대 심리학과 교수 에드워드 대시(Deci) 교수는 사람의 동기부여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한 끝에 1970년대 자기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을 학계에 제시해 심리학 및 경영학 분야의 석학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동기부여와 관련 수많은 연구논문을 게재, 인간의 자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누군가에 의한 통제와 지시, 압박으로 동기부여에 치명상을 입는데 이는 스스로 결정하고 고민할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자율성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구성원이 구속당하고 통제받는다고 느끼면 인간의 동기부여도 하락해 결국 조직에 기여해야 할 창의성, 혁신행동, 조직몰입, 조직 애사심 등은 모두 하락한다.

CEO들은 작금의 위기는 불확실성이 높아 AI로도 예측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미증유의 위기에 대응하려면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유연한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임원과 직원 중 어느 한 쪽만 업무 강도로 희생하는 것이 아닌 함께 논의하면서 집단지성을 통해 혁신으로 위기에 맞서는 것이 지혜로운 처사다. 

업무 강도 강화가 아니라 무엇을 강화해야 할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금의 처방전은 현명하지 못한 책략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으며 2024년 2월에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학술연구 최우수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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