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차별화된 영화 전문점 ‘돌아온 방구석 1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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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차별화된 영화 전문점 ‘돌아온 방구석 1열’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6.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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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JTBC의 <방구석 1열> 시리즈는 영화 정보 프로그램 중 가장 차별적이었다. 지상파 3사가 주말에 내보내는 영화 정보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개봉작 소개 위주의 프로그램 구성이나 두 영화를 비교하는 코너 등 지상파 3사의 영화 정보 프로그램들은 엇비슷하다.

반면 2018년에 시즌1이, 2019년에 시즌2가, 2022년에 확장판이 방영된 <방구석 1열>은 이미 개봉된 작품 하나를 깊게 파고드는 콘셉트로 지상파의 영화 프로그램들과 비교됐었다. 

영화 편의점이 아닌 영화 전문점

<방구석 1열> 시리즈는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감독이나 제작자 혹은 스태프 등 해당 회차에서 소개되는 영화의 관계자들이 출연해 작품해설과 뒷이야기 등을 전했다. 영화 줄거리 정도만 짧게 전하는 지상파의 영화 프로그램들과 차별되는 지점이었다.

2019년 3월에 방영된 박찬욱 감독 특집이 <방구석 1열>의 차별점을 잘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뿐 아니라 시나리오를 함께 집필한 정서경 작가와 류성희 미술감독이 출연했다. 그리고 3회에 걸쳐 ‘친절한 금자씨’와 ‘박쥐’ 등의 기획과 집필 과정, 그리고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를 깊고 흥미롭게 다뤘다.

<방구석 1열> 시리즈가 영화관에서 개봉된 영화만 다룬 건 아니었다. 2022년에 방영된 확장판에서는 OTT 콘텐츠로도 범위를 넓혔다. 무엇보다 매주 ‘독립영화’를 소개했다. 시청자나 대중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독립영화에 대한 제작진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코너였다.

이렇듯 프로그램 구성 면에서 <방구석 1열> 시리즈는 영화 전문점이었다. 지상파 영화 프로그램들이 개봉작 중심의 여러 영화를 짧고 빠르게 소개하는 영화 편의점이라면 <방구석 1열> 시리즈는 한 편의 영화에 집중하며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전문점이었다는 것.

하지만 <방구석 1열> 시리즈는 시청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 시즌에 걸쳐 1%대, 때로는 0%대 시청률을 오가며 2022년 4월 결국 막을 내렸다. 다만 웹 예능으로 다시 돌아왔다.

2023년 9월에 선보인 <돌아온 방구석 1열>은 <방구석 1열> 시리즈의 전통을 잇는 유튜브 콘텐츠다. 기존 시리즈에 출연했던 봉태규 배우, 주성철 씨네플레이 편집장, 그리고 변영주 감독이 진행을 맡았다. 유튜브를 주 플랫폼으로 이용하지만, 간혹 JTBC 산하 채널에서도 방영된다. 

<돌아온 방구석 1열>은 영화 현장 방문이 눈에 띄는 데 특히 홍콩 특집과 대만 특집이 인상적이었다. 과거 홍콩 영화 전성기 시절을 현장에서 조망하는 에피소드와 대만 로맨스 영화에 나온 배경을 방문하는 에피소드는 영화 애호가들에게 뜻깊은 경험을 선사했다.

이는 눈요깃거리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영화계에 몸담은 진행자들의 시각과 해석을 따라가 볼 수 있는 콘텐츠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6월 12일에 공개된 에피소드는 오래전 영화를 재조명했는데 <돌아온 방구석 1열>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었다. 

'찾아가는 영화관' 포스터.

잊혀 가는 영화를 재조명하기도

얼마 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 20주년을 기념해 재개봉했다. 천만이 넘게 본 대박 영화라는 의미와 주인공인 ‘원빈’의 부재가 더해 재개봉 소식이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50만이 채 들지 않은 영화의 개봉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가 있었다. 최민식 주연의 <꽃 피는 봄이 오면>이라는 영화였고 <돌아온 방구석 1열>이 그 현장을 찾아갔다.

<꽃 피는 봄이 오면>은 탄광촌에 있는 도계중학교 관악부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그래서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이 실제 촬영지이기도 했다. 

<돌아온 방구석 1열> 진행자들은 영화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들이 찾아다닌 영화 속 장소들이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서 도계읍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진행자들은 탄광을 방문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도계중 관악부원들이 탄광에서 퇴근하는 광부 아버지들을 맞이하기 위해 비를 맞으며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연주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었다. 진행자들은 이 탄광이 곧 문을 닫을 것이란 소식을 전하며 강원도 탄광업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했다. 

이런 도계읍에서 <꽃 피는 봄이 오면>이 상영될 수 있었던 건 ‘한국영상자료원’의 ‘찾아가는 영화관’이라는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국내 영화 DB를 구축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찾아가는 영화관’은 영화를 접하기 어려운 곳에 방문해서 무료로 영화를 보여주는 행사다. 지자체나 지역공동체는 물론 사회복지시설이나 공공시설도 신청할 수 있다. 삼척시 도계읍에서 열린 <꽃 피는 봄이 오면> 상영회는 지난 5월 14일에 열렸다. 

영화 상영 전 도계중학교 관악부의 공연이 펼쳐졌다. 영화의 소재가 된 도계중학교 관악부가 맥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최민식 배우의 영상 인사도 있었다. 그의 삶에서 <꽃 피는 봄이 오면>이 “중요한 영화로 자리 잡았다”고 20주년 감회를 밝혔다. 그리고 트럭에 설치된 스크린은 야외 영화관이 되었다.

강원도 작은 도시에서 펼쳐진 ‘찾아가는 영화관’은 도계 주민들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이 모습을 6월 12일에 공개된 <돌아온 방구석 1열> 영상으로 접한 시청자들에게도 그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졌을 것이고.

아마도 <꽃 피는 봄이 오면>이 따뜻한 영화여서 그러지 않았을까. 흥행에 성공한 유명한 영화는 아니지만 다양한 기억과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좋은 영화라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돌아온 방구석 1열>은 이렇듯 영화 소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꽃 피는 봄이 오면> 사례에서 보듯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강원도 소도시의 지역 사회를 이야기하고, 나아가 지역 경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영화가 단지 스토리텔링을 시각적으로 나열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면에서 <돌아온 방구석 1열>은 대중들에게 차별화된 영화 관련 콘텐츠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불러오는 이 프로그램의 확장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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